Go to contents

50명 ‘떼법’에... 마크롱 정부, 50년 신공항 프로젝트 접었다

50명 ‘떼법’에... 마크롱 정부, 50년 신공항 프로젝트 접었다

Posted January. 19, 2018 08:53,   

Updated January. 19, 2018 09:27

ENGLISH

 “우리는 무법천지가 된 이 지역의 갈등을 끝내야 합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17일 서부 노트르담데랑드 신공항 건설 포기를 선언했다. 2009년부터 10년 동안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부지를 무단으로 점거해 온 시위대 50여 명이 반세기 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사업을 백지화시키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1960년대 초부터 낭트를 중심으로 한 대서부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1967년 낭트에서 20km가량 떨어진 노트르담데랑드 신공항 건설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1974년엔 이 지역을 구획 정리 예정지구로 확정했다. 지지부진하던 프로젝트는 2000년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에 의해 재가동됐다. 정부는 2008년 신공항 건설 추진을 확정한 뒤 2010년 공항 건설과 향후 55년 운영권을 공항운영회사 뱅시에 맡겼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까지 신공항이 완공됐어야 했지만 2009년부터 일부 주민과 환경단체를 빙자한 전문 시위꾼들이 공항 부지 1650ha(헥타르)를 무단 점거하면서 무법천지가 됐다. 이들은 신공항 건설에 돈이 많이 들며, 습지 파괴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외지에서 온 시위대는 공항 건설과는 무관한 반세계화, 반자본주의 그룹이 대부분이었다.

 필리프 총리가 17일 반세기에 걸친 신공항 건설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자 조아나 롤랑 낭트 시장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낭트시는 법원에서 수차례 “신공항 건설은 법적 하자가 없고 점거 주민들은 빨리 떠나라”는 판결을 내렸고, 2016년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55%가 신공항 건설에 찬성했음에도 신공항 건설이 무산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달 5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56%가 “무단 점거를 끝내기 위해 물리력 사용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역대 정권은 10년 넘게 소수 시위가들에게 끌려다녔고 결국 포기했다.

 프랑스 정부의 더 큰 고민은 ‘떼법’에 휘둘리는 지역이 이곳뿐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가 충돌 지역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50곳에 이른다. 이 중 12곳은 노트르담데랑드 신공항 건설처럼 반대 세력이 점거 중이거나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선 신재생 에너지 시설, 쓰레기 매립 시설, 교통 인프라 확충, 각종 상업시설 건설 등 새로운 개발을 할 때마다 주변의 사회 불만 세력들이 몰려와 방해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3단계로 반대 세력이 형성된다. 개발사업으로 피해를 보는 지역 주민들이 가장 먼저 반대 목소리를 낸다. 주민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단계다. 정부가 개발 프로젝트를 확정짓고 공사에 착수할 시점인 2단계로 넘어가면 외부에서 시위꾼들이 합류한다. 주민들은 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시위꾼들은 강경한 대화를 주문한다. 마지막 3단계에선 생태 전문가, 무정부주의자, 자유주의자, 반세계화 활동가, 심지어 동물해방운동가까지 몰려와 현장을 마비시켜 버린다.

 사회 불만 세력인 이들의 목적은 사회 전복이다. 필리프 총리는 17일 신공항 건설 포기를 발표하며 “점거 세력들은 봄이 끝나기 전에 모두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의 강제 퇴거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점거자들 사이에서는 “우리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이곳을 역사적 현장으로 보존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필리프 총리는 “신공항 건설 대신 낭트의 아틀랑티크 공항 활주로를 늘리고 다른 인근 지역 공항을 재개발하겠다”고 밝혔지만 연간 수용 규모가 400만 명 수준인 아틀랑티크 공항이 2040년 900만 명 규모로 늘어날 이용객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들은 낭트 공항으로 인한 소음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필리프 총리는 “국가가 나서서 소음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돈이 문제다. 정부가 포기한 이번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의 규모는 5800만 유로다. 정부는 당장 손해를 입게 된 신공항 건설사 뱅시에 최대 3500만 유로를 보상해야 할 판이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