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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0년, 정부·국회 ‘강 건너 불구경’이 판 키웠다

비트코인 10년, 정부·국회 ‘강 건너 불구경’이 판 키웠다

Posted January. 13, 2018 07:56,   

Updated January. 13, 201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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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이 어제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을 연기했다. 가상통화 거래가 사회문제가 된 상황에서 정부 정책조차 불확실해지자 보류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실명확인이 가능해야 가상통화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한 만큼 주요 은행들이 실명 확인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으면 국내 거래소에서의 가상통화 거래는 불가능해진다. 그제 법무부가 부처간 조율 없이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이 요동친 것처럼 가상통화를 둘러싼 불확실성만 더 커진 셈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마저 법무부의 발표에 대해 “너무 나갔다”고 지적했지만 조율된 정부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가상통화가 국제 시세보다 30∼50% 비싸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상통화 투자의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달려드는 한국 특유의 투자문화도 한 원인이다. 여기에 최악의 청년실업난 속에서 ‘미래가 없다’가 판단한 20, 30대 젊은층이 전 재산을 걸고 뛰어드는 현상은 분명 정상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무조건 폐쇄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박상기 법무무 장관이 “가상 화폐는 가치 없는 돌덩어리”라고 언급한 것은 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무지를 드러낼 뿐이다. 국내 거래소를 폐쇄해도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거나 개인간(P2P)거래로 얼마든지 가상통화는 거래할 수 있다. 부작용이 있다고 거래소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이미 가상통화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은 국내 산업계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상선은 화주-선사-세관-은행 등이 블록체인 기술로 물류 관련 서류를 동시에 공유해 문서 위·변조 가능성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가상통화를 허용해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느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자체는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 말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先物) 거래를 시작하며 가상통화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였다. 또 미국이나 영국, 호주, 독일 등은 가상통화에 세금을 매기며 불록체인 기술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대표적인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여태 ‘강 건너 불구경’처럼 손놓고 있었다. 금융당국 역시 하루에 수 조 원이 거래되는 가상통화 시장에 대해 공식적인 화폐가 아니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거래소 인가제’를 발의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단 한 차례도 법안 심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1990년대 말 발생한 닷컴버블은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한국이 정보통신(IT)분야의 강국으로 발 돋음 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가상통화 거래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해당업계와 기술 활용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