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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동차” 韓 “ISD” …한미FTA 개정 협상 첫날

美 “자동차” 韓 “ISD” …한미FTA 개정 협상 첫날

Posted January. 08, 2018 08:41,   

Updated January. 08, 20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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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첫날 미국 측이 자동차 분야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실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한국은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제도 개선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완화를 요구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양국은 FTA 개정을 위한 1차 협상을 했다. 양국이 지난해 10월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9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협상에서 미국 측의 주된 관심 분야는 자동차였다. 수석대표로 나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1차 협상이 끝난 뒤 “미국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이슈는 자동차”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국회에 미국이 자동차를 협상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보고하는 등 자동차 분야에 대한 공세에 대비해 왔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대미(對美) 수출 1, 2위를 차지하는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이다. 한미 FTA를 재앙이라고까지 칭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지 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의식해 이 지역에 기반을 둔 자동차 산업 부흥을 꾀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지난해 12월 “미국의 대한 무역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동차 분야 적자”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차 브랜드인 포드, 캐딜락, 크라이슬러 등의 점유율은 8.6%에 불과하다.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7.4%)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은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의 확대 또는 이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한국은 FTA를 통해 자동차 관세가 완전 철폐됐고 FTA 체결로 미국차 판매량이 5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에 미국에서 생산된 부품 사용을 늘려 달라는 요구를 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은 현재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 부품의 50% 이상을 미국에서 조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요구를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공장을 둔 현대차와 기아차가 부품을 수입하는 대신 미국에서 조달하면 그만큼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미 경제계 인사를 만나고 온 한 당국자는 “미국 측은 한국 내에서 미 자동차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수출물량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미국의 이런 요구에 맞서 한국은 한미 FTA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ISD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ISD 제도는 투자자가 투자 대상 국가의 법률로 손해를 보면 국제중재기구를 통해 정부에 소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사법 주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또한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문제점도 거론했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연간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3년간 최대 50%의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한국 측이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농업은 1차 협상에서 전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향후 한국이 농업 분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점을 염두에 두고 농업 분야에서 양보하는 대신 자동차 철강 등 교역 규모가 크고 자국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큰 분야에 대해 시장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협상 전망과 관련해 유 국장은 말을 아끼면서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차 협상은 이르면 이달 중 서울에서 열린다.



이건혁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