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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음식 열풍 2.0... 최대한 현지의 맛 그대로

베트남 음식 열풍 2.0... 최대한 현지의 맛 그대로

Posted December. 29, 2017 07:59,   

Updated December. 29, 201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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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부는 27일 점심시간 서울 종로구 베트남 음식점 ‘에머이’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 베트남 음식점 10여 곳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 매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쌀국수와 석쇠에 구운 돼지고기를 소스에 찍어 먹는 분짜를 먹고 있는 모습은 흔하다.

 최근 베트남 음식의 인기가 뜨겁다. 에머이를 비롯해 분짜라붐 등 베트남 전문 프랜차이즈는 물론이고 또이또이베트남 등 현지 베트남 음식을 재현한 음식점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맛도 인정을 받아 에머이 종각점은 미쉐린가이드 비브 구르망 2018에도 선정됐다.

 대형마트에서 베트남 쌀국수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2015년 전년 대비 5.3% 늘었던 베트남 쌀국수 상품 매출 신장률이 지난해 30.3% 올랐고, 올해 11월까지 20% 정도 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음식의 인기는 약 20년 전부터 있었다. 1998년 서울 강남구에 베트남 음식점 ‘포호아’가 문을 열면서 베트남 음식을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렸다. 이후 쌀국수를 내세운 베트남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박홍인 바앤다이닝 편집장은 “쌀국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국물요리여서 기호에 잘 맞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미국에서 들어온 프랜차이즈로 미국인 입맛에 맞춘 베트남 음식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베트남 음식 열풍이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철저하게 베트남 현지식에 맞췄다는 점이다. 1998년 당시 포호아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던 또이또이베트남 신성호 셰프는 “20년 전 쌀국수는 미국 서부 지방 스타일이었지만 지금은 베트남 현지 맛에 가깝다. 직접 육수를 내고, 생면을 쓰는 등 현지 요리법과 재료들을 최대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분짜,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 튀긴 롤만두인 넴 등 메뉴도 다양해졌다.

 이 같은 열풍은 외국 음식 가운데 가장 한국인 입맛에 가깝기 때문이다. 베트남 음식 전문가이자 ‘나는 그곳에 국수를 두고 왔네’ 저자 진유정 작가는 “많은 동남아 음식 중에서도 베트남 음식이 가장 한국인 입맛에 맞다. 태국 음식처럼 달지 않으면서 생야채를 많이 쓴다. 국, 조림 등 요리법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관광이 늘면서 현지식에 가까운 베트남 음식을 찾게 된 것도 원인이다. 최근 3년간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은 매년 40% 정도 늘었고, 올해는 170만 명을 넘어서 동남아 관광지 1위를 차지했다. 이윤화 음식평론가는 “베트남 음식이 들어온 지 20년 정도 됐고, 베트남에서 직접 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늘면서 미식의 레벨이 높아졌다. 여기에 최근 베트남 음식점들의 수준도 높아져 수요와 공급이 잘 맞아떨어진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