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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초연 무대는 눈물바다였다”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초연 무대는 눈물바다였다”

Posted December. 23, 2017 07:36,   

Updated December. 23, 201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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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다시 크리스마스. 고맙고 소중한 이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게 된다. 하루하루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잊을 만큼 바쁘게 질주하다 문득 이 고민을 마주한 독자를 위해 ‘책의 향기’팀 기자들이 올해 소개한 책 중 각자의 ‘선물용 추천서’를 꼽았다. 한번 살펴보시길. 책은 비싸지 않은데다 포장하면 기대 이상 멋스러우니.

 ▽손효림 기자=일본 작가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1만7800원).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조명한 소설이다. 일단 펼치면 책장 넘기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양봉가의 아들인 음악천재 소년이 주변 인물들과 뜨겁게 교감하며 연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베토벤, 브람스, 쇼팽의 명곡을 ‘눈으로’ 황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콩쿠르 당락이 발표되는 순간의 묘사도 짜릿하다. 뭔가를 이루기 위해 처절하게 고뇌하고 때로 즐기기도 하는 인물들을 보며 삶을 대하는 자세도 돌아보게 된다. 책에 나온 음악을 모은 CD(1만7000원)와 함께 건네면 근사한 선물이 될 거다.

 ▽김정은 기자=‘어떻게 나를 지키고 사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으로 ‘자존감 수업’(윤홍균·1만4000원)을 추천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존감 낮은 사람들을 의외로 자주 만난다. 쉽게 상처받고 피해의식에 젖어 지내는 사람, 외부 자극이나 타인의 반응에 툭하면 흔들리는 사람, 감정조절 못하는 사람…. 행복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건강한 자존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변화를 만들 계기로 삼을 이야기를 담았다.

 ▽유원모 기자=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조남주·1만3000원)을 남성 지인들에게 주고 싶다. 가을 신혼여행길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덕분에 남동생을 둔 장녀이자 직장인인 동갑내기 아내가 한국 사회에서 겪어온 불편을 조금은 짐작해볼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말로 이 책을 규정지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어머니, 아내, 직장의 여성 동료들이 감내해 온 불평등과 고통,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좋은 참고서라고 생각한다.

 ▽조종엽 기자=오랜 친구에게 ‘소로의 메인 숲’(1만8000원)을 선물하면 좋겠다. 미국 생태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가 메인주 숲을 11년 동안 3번 여행하고 남긴 기록이다. 소로는 향락적 사슴 사냥과 상업적 벌목에 혐오감을 느끼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에 공감했다. 문명과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사는 건 극소수 사람에게 가능하겠지만, 그런 삶이 가져다주는 자유가 존재한다는 걸 책으로나마 접하는 건 의미가 있을 거다. 묘사가 정말 꼼꼼해서 여행길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손택균 기자=출퇴근길 골목에서 어쩌다 한번 동네 고양이와 마주친다. 조용히 쪼그려 앉아서 바라보다가 고개 돌린 그 녀석이 잠깐 눈을 마주쳐 주거나 작은 울음소리를 내 주면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동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사람, 곧 그러겠다고 작정한 사람 모두에게 만화책 ‘고양이 그림일기’(이새벽·1만5000원)와 에세이집 ‘동물을 사랑하면 철학자가 된다’(이원영·1만 원)를 묶어 건네고 싶다. 따뜻한 서정이 배어 있지만 무책임한 감상의 거품은 말끔히 걷어낸 이야기들이다. 재미있으면서도 유용한 선물이 될 거다. 책을 읽는 사람 곁의 동물에게도.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