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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두뇌 이민

Posted December. 11, 2017 07:20,   

Updated December. 11, 20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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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모두 ‘이민자 출신’이다. 잡스는 시리아 출신 이민자, 브린은 러시아계 이민자의 아들이다.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이민자다.

 ▷미국 기업가정신연구소(CAE)가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하는 ‘2017년 미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주요 기업의 약 43%가 이민자 1세대 또는 2세대에 의해 창업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보기술(IT) 업종에선 대기업 46%가 이민자에 의해 창업됐다. IT 업종일수록, 그리고 대형 기업일수록 이민자들의 기여도가 높은 것이다.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이민법을 개정하고 이민자 차별을 철폐하면서 미국은 고급 과학기술 두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세계 최강국이 됐다.

 ▷해외 각지에 흩어져있는 중국 출신 고급 인재를 자국으로 재영입하기 위한 중국의 프로젝트 ‘천인계획(千人計劃)’도 눈길을 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과 대조적이다. 가령 외국에서 과학이나 기술 분야를 전공한 교수가 중국으로 돌아오면 보너스 명목으로 최대 15만 달러(1억7000만 원)를 받는다. 1000명 영입을 목표로 2008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로 돌아온 과학, 기술, 첨단기술 분야 인재가 6000명에 이른다. 중국이 두뇌유출 현상을 역전시키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부가가치 전문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력과 이민 유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어제 나왔다. 값싼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면 기술 숙련도가 낮은 내국인은 일자리를 잃고, 외국인 근로자 역시 저임금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빠질 뿐이라는 지적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도 외국인 두뇌 ‘10만 양병책’이라도 세워야 한다. 프랑스 독일 호주 같은 나라들처럼 자국의 국비로 유학의 혜택을 준 외국 인재의 정착을 돕는 것도 검토해 볼만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