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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무선청소기 ‘파워건’ 개발주역 3人인터뷰

삼성 무선청소기 ‘파워건’ 개발주역 3人인터뷰

Posted November. 29, 2017 08:49,   

Updated November. 29, 201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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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걸이에 테이프로 감겨 있는 물병. 거기서 출발했어요.”

 9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상중심(모터가 손잡이에 달린 형태) 무선청소기 ‘파워건’을 디자인한 서승욱 디자이너는 파워건 디자인 당시 무게 분산을 고민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서 디자이너는 생활가전사업부 디자인팀 소속이다.

 디자인 단계에서 무게의 분산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다. 고민은 무게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하면서 풀렸다. 디자인팀 한 직원이 옷걸이 아래 부분에 물병을 테이프로 돌돌 감아 가지고 왔다. “물병의 무게는 그대로인데 어느 방향에서 잡느냐에 따라 체감 무게가 변합니다. 손잡이를 잡으면 무거운데, 삼각형의 옆 꼭짓점 쪽을 잡으면 가벼워지잖아요. 파워건도 체감 무게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파워건 개발 당시 ‘경쟁작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뒤늦은 시장진입 때문이었다. 한발 늦은 만큼 무게와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4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에서 서 디자이너와 생활가전사업부 유동훈 개발팀 연구원, 정유진 전략마케팅팀 파트장을 만나 체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플랙스 핸들’이라는 기능을 도입한 과정을 들었다.

 상중심 무선청소기 시장에는 업계 최초로 무선청소기를 내놓은 영국 다이슨을 비롯해 6월 ‘코드제로 A9’을 출시한 LG전자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출시 초기에는 ‘세컨더리 가전’으로 인식됐지만 흡입력이 높아지고 사용시간이 길어지면서 유선청소기를 대체할 수준이 됐다.

 파워건에서 경쟁사 제품 대비 단연 돋보이는 기능은 플랙스 핸들이다. 손잡이 아래의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청소기 상단의 본체와 먼지통 사이가 50도까지 앞으로 꺾인다. 청소기에 관절을 단 셈이다. 가구 밑이나 천장 등 손이 닿기 어려운 부분을 청소할 때 사람의 손목이 꺾이는 대신 청소기가 꺾여 손목부터 어깨까지 신체에 가해지는 피로감을 줄였다.

 플랙스 핸들을 개발한 이유는 청소기의 체감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였다. 수명이 긴 배터리와 흡입력을 높일 고사양 모터를 탑재하면 청소기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배터리와 모터 성능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유 연구원은 “손목이 꺾여서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청소기를 장시간 사용해 팔에 부담이 간다. 제품에 관절을 둬 사용자의 위치와 상관없이 청소기 각도가 바뀌게 개발했다”고 말했다.

 플랙스 핸들은 인체에 가해지는 피로도를 3분의 1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플랙스 핸들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팀 내부의 ‘인간공학 랩’에서 근육의 활성화 정도를 측정하는 ‘근전도 평가’를 시행했다. 가구 밑 청소를 할 때를 기준으로 아래 팔 근육 근전도 평가 결과 플랙스 핸들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근전도는 39μV(마이크로볼트), 플랙스 핸들을 사용했을 때 13μV로 측정됐다. 플랙스 핸들을 사용하니 근육의 피로도를 의미하는 근전도가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체감 무게를 줄인 덕분에 배터리 성능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확보했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한 뒤 소진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을 한 사이클이라고 했을 때, 파워건 배터리는 500사이클을 사용해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처음의 80%에 달한다. 삼성전자 내부 실험 결과 타사 제품은 300사이클 만에 80%로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줄어들었다.

 흡입력은 155와트(W)인 영국 다이슨의 ‘V8 카본 파이버’에 못 미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파워건의 흡입력은 150W다. 다만 흡입력이 높을수록 전력 사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줄어든다. 다이슨 제품은 155W로 사용했을 때 작동시간이 5∼6분 수준으로, 7분인 파워건보다 짧다. 정 파트장은 “흡입력과 사용 시간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더 성능을 개선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