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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너무 빨리 꿈이뤄 나도 놀랐다”

조성진 “너무 빨리 꿈이뤄 나도 놀랐다”

Posted November. 20, 2017 07:26,   

Updated November. 20, 201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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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투어 마지막 연주라 많이 서운하네요.”

 피아니스트 조성진(23)이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 중 하나인 베를린 필하모닉과 함께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베를린 필의 내한공연은 1984년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첫 공연 이후 이번이 6번째다. 특히 2002년부터 베를린 필을 이끈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내년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로 둥지를 옮기면서 이번이 베를린 필과의 마지막 내한공연이 됐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에 앞서 독일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홍콩에서 베를린 필과 협연했다. 이번 공연은 베를린 필과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투어 협연이다.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 브람스 교향곡 4번과 조성진의 협연으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조성진은 “피아니스트로서 목표가 베를린 필과 협연, 카네기홀 데뷔였는데 너무 빨리 꿈을 이뤄 나 자신도 놀랐다. 아직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앞으로 베를린 필과 다시 협연하고 카네기홀에 다시 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당초 피아니스트 랑랑이 베를린 필과 협연을 하기로 했지만 왼팔 건막염 증상으로 한 달 전 공연을 포기했다. 이때 래틀과 친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 대체 연주자로 조성진을 추천했다. 래틀은 “지메르만은 자신을 포함해 모든 피아니스트들에게 비판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그런 그가 ‘조성진은 정말 좋은 피아니스트다. 한 번 연주를 들어봐라’며 칭찬해서 어디 아픈 것은 아닌가 싶었다”며 “조성진과 첫 협연 뒤 두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형제애를 만들어 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성진을 향한 래틀의 칭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래틀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많다. 또 한 명의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와 연주하는 게 그리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성진 같은 젊고 위대한 건반의 시인과 연주하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조성진도 베를린 필과의 협연에 대해 “래틀이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알아서 긴장을 많이 했다. 그만큼 피아노를 잘 알기 때문이다”며 “첫 리허설 때 내가 피아노 앞에 앉고 옆에서 래틀이 지휘를 하는데 내가 지금 DVD를 보고 있는 건가 했다. 리허설이나 연주 뒤 래틀이 조언을 해줘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어떤 조언이었는지에 대해 조성진은 “너무나 소소하기 때문에 나 혼자 간직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음악가로서의 꿈을 모두 이룬 조성진은 인간적으로서의 목표를 처음으로 밝혔다. 조성진은 “간단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인데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 오래된 꿈이다”고 말했다.

 한편 베를린 필은 20일 래틀이 위촉한 작곡가 진은숙의 ‘코로스 코르돈’과 함께 스트라빈스키 페트루시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연주한다. 래틀은 진은숙에 대해 “소리와 아이디어가 가득 차 있는 놀라운 보석 상자 같다. 진은숙은 한국의 위대한 작곡가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베를린의 위대한 작곡가다”고 밝혔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