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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 그대로의 美…금호미술관 ‘B컷 드로잉’展

날것 그대로의 美…금호미술관 ‘B컷 드로잉’展

Posted November. 07, 2017 08:01,   

Updated November. 07, 20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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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을날, 회사 선배가 화장하지 않은 민낯을 흑백사진으로 찍어주었다. 적나라한 사진 속 얼굴 주름을 본 순간, 진실을 드러내는 드로잉의 본질과 직면한 듯했다.

 주로 색 없이 선으로 표현하는 미술 기법인 드로잉은 과거 주인공 대접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드로잉한 후에 색을 입혀야 비로소 작품이 된다는 의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 개념미술 작가들이 자신들의 개념을 설명하는 방편으로 드로잉을 활용하면서 하나의 독립된 미술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이 열고 있는 ‘B컷 드로잉’ 전시는 드로잉의 미적 가치와 현재적 양상을 고찰하겠다는 취지다. 수많은 리터칭 작업으로 매끈하게 완결되는 A컷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를 드러내는 B컷을 통해 드로잉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해 보자는 것이다. 10명의 국내 젊은 작가가 드로잉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한다.

 드로잉은 왜 2차원이어야만 하는가. 작가 지니서는 어린 시절 지냈던 한옥에서의 기억을 장판지를 사용한 3차원 드로잉으로 선보인다. 장판지를 잘라 구부려 벽에 붙였다.

 백현진은 전시장 벽면 합판에 스프레이 래커를 낙서하듯 뿌려 ‘웃기시시네’라는 문구를 뒤집어 썼다. 심래정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지 못하는 좌절을 연쇄살인자의 ‘식인행위’에 빗대 만화처럼 분할된 컷의 형태로 드로잉했다. 드로잉을 통한 감각과 사유의 이번 전시는 12월 31일까지. 02-720-5114



김선미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