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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동물 우주비행사 ‘라이카’ 60주기

세계 최초 동물 우주비행사 ‘라이카’ 60주기

Posted November. 03, 2017 07:27,   

Updated November. 03, 20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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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1월 3일. 60년 전 오늘 개 한 마리가 우주로 향했다. 최초의 ‘우주비행사’로 기록된 라이카다. 라이카는 지름 2m, 무게 504kg의 소련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지구 궤도로 향했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지 고작 한 달 만의 일이다.

 라이카의 맥박, 호흡, 체온 등은 실시간으로 지상 관제탑에 송신됐다. 스푸트니크 2호는 지상 1500km 높이 우주궤도에서 초속 8km로 1시간 42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았고, 라이카는 1주일의 비행 후 준비된 약물로 생을 마감했다고 알려졌다.

 당시엔 인공위성을 지구로 귀환시킬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라이카의 죽음은 예견된 일이었다. 우주에서 생물의 생체 변화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제공해 줬던 라이카가 실제로는 고열과 산소 부족, 스트레스로 궤도에 오른 뒤 5∼7시간 만에 죽었다는 진실이 밝혀진 건 2002년의 일이다.

 라이카를 시작으로 수많은 동물들이 우주로 보내졌다. 이들이 제공한 정보는 우주 공간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 줬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사히 귀환하는 동물도 생겨났다. 1960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5호가 벨카와 스트렐카라는 개를 태운 채 지구를 17바퀴 돈 뒤 귀환했다. 이에 힘입어 인류는 이듬해 4월 최초의 우주비행사를 탄생시켰다.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개와 원숭이 위주이던 실험동물의 종류는 국제우주정거장이 건설된 이후엔 더 다양해졌다. 이들은 주로 무중력, 강한 방사선, 추위 등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생명체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쓰였다. 설치류는 무중력 상태에서 근육 손실 현상을, 물고기의 투명한 피부는 우주 방사선이 내부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데 기여했다. 2007년 나데즈다라는 이름의 바퀴벌레는 12일간의 우주 생활 중 ‘임신’에 성공해 지구 귀환 후 33마리의 새끼를 부화시켰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최근엔 장기 우주여행과 행성 이주에 대비해 인간의 생식 가능성을 타진하는 연구로 확대됐다. 지난해 4월 중국과학원(CAS)은 우주에서 포유류의 생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쥐의 초기 수정란 6000여 개를 중국의 첫 과학실험위성 ‘스젠 10호’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연구진은 4시간 간격으로 수정란의 변화를 살폈고, 위성 발사 전 2세포 단계였던 수정란 중 일부가 세포 분열을 거쳐 80시간 뒤 배반포로 성장했음을 확인했다. 배반포는 자궁에 착상되는 시기 수정란의 상태다. 돤언쿠이 CAS 교수는 “인간이 우주로 진출하려면 생존과 생식이 가능한지 파악하는 일이 먼저다. 쥐 수정란 연구로 그 첫 문을 연 셈”이라고 밝혔다.

 미국 샌퍼드버넘프레비스 의학발견연구소(SBP) 연구진은 올해 6월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의 우주선을 이용해 1800마리의 초파리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우주 환경이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대대손손 물려주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초파리가 우주 공간에서 알을 낳으면, 탄생에서 죽음까지 일생을 무중력 환경에서 보낸 초파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캐런 오코어 SBP 교수는 “초파리는 유전적으로 인간과 비슷해 우주 환경이 인간의 유전에 미칠 영향을 어느 정도 유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우주여행을 마친 초파리의 자손들까지 연구해 우주 환경이 세대에 걸쳐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예슬동아사이언스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