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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월드시리즈 첫 우승

Posted November. 03, 2017 07:27,   

Updated November. 03, 20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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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메이저리그 휴스턴은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지역 시청률 ‘0%’(닐슨 기준)라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2011∼2013시즌 3년 연속 리그 30개 구단 중 승률 최하위를 기록했던 휴스턴은 야구팬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모든 구단이 꿈꾸는 월드시리즈 우승 또한 남의 얘기인 줄 알았다.

 한때 시청률 0%의 수모를 겪던 구단이 전 세계 야구의 최정상에 우뚝 서기까지는 반세기도 넘게 걸렸다. 휴스턴은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월드시리즈(7전 4승제) 최종 7차전에서 LA 다저스에 5-1로 승리를 거두며 1962년 창단 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 보스턴(디비전시리즈), 뉴욕 양키스(챔피언십시리즈), 다저스(월드시리즈)를 줄줄이 완파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정규시즌 세 자릿수 승리를 따낸 다저스(104승)와 휴스턴(101승)이 맞붙은 월드시리즈는 강팀의 대결답게 손에 꼽힐 정도로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세 차례 동점 그리고 연장 승부 끝에 휴스턴이 13-12로 승리한 5차전은 이번 시리즈의 백미였다. 이 경기는 역대 월드시리즈 사상 두 번째로 긴 5시간 17분 만에 끝났다.

 막상 최종 7차전은 휴스턴의 일방적인 승리로 마감됐다. 1회초 상대의 실책을 틈타 2득점한 휴스턴은 2회 1번 타자 조지 스프링어가 상대 선발 다루빗슈 유에게 2점 홈런을 치며 일찌감치 우승을 예고했다. 다저스는 사흘 전 5차전에 출전한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까지 3회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미 경기 흐름은 기울어진 뒤였다.

 리그 바닥을 헤매던 휴스턴이 4년 만에 최정상에 설 수 있었던 건 꾸준한 리빌딩의 효과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한 2루수 호세 알투베는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한 중견수 스프링어(2011년)와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아(2012년), 3루수 앨릭스 브레그먼(2015년)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으면서 팀의 간판선수로 성장했다. 챔피언 등극의 적기가 왔다고 판단한 구단은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투수 저스틴 벌랜더까지 영입하며 고삐를 당겼다.

 휴스턴의 첫 우승은 8월 허리케인 ‘하비’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피해를 입은 휴스턴 지역 주민에게도 큰 위로가 됐다. 하비 이후 휴스턴 선수들은 유니폼 상의에 ‘휴스턴 스트롱(Houston Strong)’이라고 쓰인 패치를 붙여왔다. 그리고 이번 우승으로 패치 속 문구대로 최강의 면모를 스스로 보였다.

 월드시리즈 MVP는 스프링어가 차지했다. 시리즈 내내 1번 타자로 출전한 스프링어는 월드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4경기 연속(4∼7차전) 홈런을 치는 등 이번 시리즈 5홈런 7타점 타율 0.379의 맹타를 퍼부었다.

 우승 주역 코레아는 인터뷰 도중 미스 텍사스 출신 여자친구 다니엘라 로드리게스에게 반지를 건네며 프러포즈를 해 승낙을 얻어내기도 했다. 일과 사랑에서 모두 꿈이 현실이 된 밤이었다.

 한편 구단 최다 승리 기록을 새로 쓰며 29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다저스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커쇼도, 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류현진도 챔피언 반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