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공론조사 만능 아니다’는 신고리 공론화위원장

‘공론조사 만능 아니다’는 신고리 공론화위원장

Posted October. 25, 2017 08:00,   

Updated October. 25, 2017 08:17

ENGLISH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형 전 대법관이 어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론조사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사회적 갈등을 공론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공론조사 만능주의를 경계했다. 김 전 대법관은 “공론조사는 대의민주주의가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 보완제로서 의미가 있다”며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면 굳이 공론조사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원전 건설 재개 권고 이후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공론조사 방식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늘고 있다. 당장 정부여당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와 4대강 전면 복원 문제도 공론조사로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온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국무회의에서 “국가적 갈등과제를 소수 전문가들이 결정하고 추진하기보다 시민들이 공론의 장에 직접 참여해 도출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평소 “국민의 집단지성과 함께 하겠다”며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역설해온 문 대통령으로선 앞으로도 공론화 모델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론조사는 첨예한 갈등 사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숙의(熟議)민주주의’ 방식으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모든 갈등 사안을 이런 공론조사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특히 원전 같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를 일반 시민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이번 공론조사에선 원전 재개와 중단을 각각 주장하는 양측이 대체로 수용하는 결과가 나왔지만 다른 문제에 대한 공론조사에서도 이번 같은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 공론조사가 오히려 더 큰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김 전 대법관 지적대로 공론조사를 통한 갈등 해결은 우리의 대의민주주의가 그만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표에게 책임 있게 일을 하도록 맡기는 것이 대의민주주의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가 정치·사회적 이슈에 답을 내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책임을 미룬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과연 무엇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