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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파

Posted October. 19, 2017 07:57,   

Updated October. 19, 20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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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센의 육군은 근대 육군의 원형으로 일컬어진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유럽을 휩쓸자 큰 위기감에 빠진 프로이센은 귀족 중심의 군대에 평민이 참여하는 의무병역제를 도입하고 병참 중심의 참모본부를 설립하는 등 현대식 군제 개혁을 이뤄냈고 그 결과 독일 통일의 과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프랑스를 벤치마킹했던 일본 육군도 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의 대승을 보고 서둘러 독일식으로 개편했다.

 ▷우리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처음 파견된 해외 사관학교도 독일 육사였다. 독일육사 위탁교육은 1964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독 방문에 대한 독일 측 선물이었다. 서독의 군사원조로 이듬해부터 육사 24기 생도 2명이 유학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육사 생도 50여 명이 독일 육사에서 교육을 받았고, 이들 중에서 별 넷의 대장을 거친 국방부 장관이 2명(김태영 김관진)이나 나왔다. 이들은 최고의 독일 군사철학과 전략·전술을 한국군에 전파하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현장 지휘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임무형 지휘’와 자유·민주주의·법치국가의 원칙을 군에 정착시킨 ‘내적 지휘’ 개념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8월 국군기무사령부가 김관진 장관의 독일육사 출신 후배들에 대한 인사특혜를 고발한 청와대 보고 문건 내용이 공개됐다. 기무사 보고에 따르면 ‘독일육사 출신은 흠이 있거나 역량이 떨어져도 진급시켜 요직에 임명’됐으며, 육사 35“42기의 독일육사 출신 7명 중 교수·무관 제외한 5명이 1, 2계급씩 진급했다고 예시까지 했다. 거기엔 얼마 전 ‘공관병 갑질’ 논란을 빚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박찬주 육군 대장(육사 37기)도 당연히 포함됐을 것이다.

 ▷기무사의 청와대 직보의 여파는 그해 10월 인사에서 나타났다. 사령관을 비롯한 기무사 서열 1·2·3위가 모두 경질되는 ‘기무사 집단 학살’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때 시작된 독일육사 출신 우대 논란은 어느덧 ‘독사파(獨士波)’라는 사조직 또는 파벌 냄새가 나는 이름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독사파라는 게 극소수 유학 기회를 잡은 인재들에 대한 질시와 모함에서 나온 유령집단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