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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對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싸우는 국감

이명박•박근혜 對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싸우는 국감

Posted October. 14, 2017 07:34,   

Updated October. 16, 201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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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과거를 둘러싼 여야의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다. 국감 이틀째인 어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개혁’을 내세워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여당 추천을 받은 KBS, MBC 이사진의 사퇴를 요구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그런 태도가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고 맞섰다. 그제 산업통산자원부의 에너지 분야 국감장에선 전·현직 대통령 4명의 이름이 종일 오르내렸다. 야당은 현 여권이 배출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원전의 우수한 성능과 안전성을 발언하는 영상을 통해 현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을 비판했고, 여당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해외자원 개발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했다.

 이달 말까지 20일 일정으로 진행될 이번 국감에선 아마도 비슷한 풍경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적폐청산’을 국감 기조로 채택해 소속 의원들에게 한국당을 ‘적폐 동조세력’으로 각인시키는데 주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질세라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인사 무능을 ‘신(新)적폐’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정책을 ‘원조적폐’로 각각 규정하고 맞불을 놨다. 여야 모두 과거 정권 대리전에 매몰돼 민생은 뒷전이다.

 과거 정권의 불법 행위는 드러나면 단죄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여당이 선봉에 서서 떠들썩하게 ‘적폐청산’ 구호를 외치고, 정부 기관, 수사 당국이 그대로 복창해서는 정치 보복, 한(恨)풀이로 비쳐지기 쉽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적폐청산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지만, 적폐청산이라 쓰고 정치보복으로 읽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디. 여당이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수사만 해도 박근혜 정권 때 파헤쳤다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사안이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모식 하루 전날 4대강 감사 지시를 발표한 것도 공교롭다. 이러니 야당이 전전전(前前前), 전전전전(前前前前) 정권의 문제까지 파헤쳐 ‘진짜 적폐’를 가려보자고 하는 것 아닌가.

 이번 국감을 ‘과거사 전쟁’에 쏟아버리기엔 작금의 국내외 사정은 너무 위중하고 다급하다. 북한은 핵·미사일 위협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미국발(發) 통상 압박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청년실업과 경기 침체, 저출산, 고령화로 안으로도 곪아가고 있다. 여야가 전쟁을 벌이듯 무섭게 싸우려면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위기와 불안한 미래를 놓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