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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불어닥친 ‘미우선주의’ 태풍

한국경제에 불어닥친 ‘미우선주의’ 태풍

Posted October. 08, 2017 07:00,   

Updated October. 08, 201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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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부르짖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겨냥한 통상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한국을 압박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합의를 이끌어냈고, 한국산 세탁기를 대상으로 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발동 예고 등 양국간 경제 관계를 뒤흔드는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군사 도발로 한미 동맹이 절실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한 전자업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연다고 밝혔다. 미국 가정용 전자제품 제조사 월풀의 세이프가드 청원에 대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현지 시간) 양사의 세탁기가 미국 전자제품 산업에 피해를 입혔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19일(현지 시간) ITC가 개최할 구제조치 공청회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장, 세이프가드 조치가 내려졌을 때 미국 소비자들이 받을 피해 등을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북핵 위기에 공동 대응하고 있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오히려 갈등이 심해지는 모양새다. 4일(현지 시간) 한미 양국은 한미 FTA를 개정하기로 하고, 개정 협상 시작을 위해 각국의 국내 절차를 밝기로 했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한미 FTA를 ‘재앙’이라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략이 결국 FTA 개정을 원치 않았던 한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셈이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미치광이(Crazy)’로 포장할 것을 주문하며 한미 FTA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1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을 담당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이 사람이 너무 미쳐서 당장이라도 손을 뗄 수 있다고 그들(한국인들)에게 말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국내 산업계는 연이어 터진 악재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은 한국 등이 수출하는 태양광 패널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미친다고 판결했다. 또한 철강 제품의 경우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등 수입 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한미 FTA 개정이 자동차시장에 포커스가 맞춰질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대미 수출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1∼8월 전체 수출량 65만7531대 중 23만4563대(35.7%)가 대미 수출이었다. 게다가 대미 수출량 감소로 국내 자동차생산량이 줄어들면 1, 2, 3차 협력업체들도 타격을 입는 구조다.

 한미 FTA 개정이 가시화되면서 여야간 쟁점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익에 우선해 충실하게 논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논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