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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 주인은 여행 떠나고…반려동물 호텔 “빈 방이 없어요”

황금연휴, 주인은 여행 떠나고…반려동물 호텔 “빈 방이 없어요”

Posted October. 03, 2017 08:31,   

Updated October. 03, 20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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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흘의 긴 연휴가 시작된 1일, 서울 강남구 고양이호텔 ‘캣틀리에’ 14개 객실은 추석 전날 ‘입실’ 예정인 2개를 포함해 만실(滿室)이었다. 이곳에서는 자기 영역을 지키는 고양이 습성을 존중해 1묘(猫)1실을 원칙으로 방을 배정한다. 넓게 돌아다니기보다 수직으로 오르내리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를 위해 각 객실에는 캣타워(고양이용 수직구조물)를 설치했다.

 하룻밤 숙박요금은 채광이나 넓이에 따라 적게는 3만 원, 많게는 5만5000원이다. 가격대가 사람용(?) 숙박업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이날 만난 신진섭 대표 휴대전화는 뒤늦은 입실 문의전화로 끊임없이 울렸다. 다섯 살 난 터키시 앙고라 고양이를 여기에 맡기고 8박 9일 일정으로 출국한 이모 씨(40)는 “고양이는 낯선 데를 싫어하기 때문에 갔던 곳을 계속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휴에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믿고 맡길 곳을 찾으면서 동물 전용 호텔은 문전성시다. 최근에는 1인가구가 늘면서 생활습관이 독립적인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양이호텔이 덩달아 늘고 있다. 최근 발족한 한국고양이호텔협회에는 20여 곳이 참여했다.

 전국적으로 800∼900개로 추정되는 애견호텔(애견카페, 반려동물 맡아주는 동물병원 포함)은 점점 고급화되는 추세다. 같은 날 찾은 강남구 애견호텔 ‘개러리아’ 로비는 작은 크기와 중간 크기의 개들이 뛰어다니는 통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박에 5만 원인 스탠더드룸부터 햇볕이 드는 최고급 스위트룸(10만 원)까지 13개 객실이 이미 다 찼다. 방마다 주인이 언제든 개를 볼 수 있도록 폐쇄회로(CC)TV가 달려 있다.

 한 살짜리 반려견을 2일 호텔에 맡기고 가족여행을 떠난 이현선 씨(41)는 “저급 동물호텔이나 동물병원에서는 좁은 우리에 넣어놓기 일쑤고 연휴가 길어 ‘돌보미(펫시터)’를 따로 구하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연중무휴인 개러리아 김유정 대표는 “안전 보장을 위해 다른 개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개들은 분리해서 관리하고 대형견은 아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급 반려동물호텔에서도 유기(遺棄)는 심심찮게 일어난다. 계약 기간이 지나도 추가 비용을 내지 않거나 아예 동물을 찾아가지 않는다. 많은 호텔은 ‘계약 만료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기로 판단하겠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한다. 하지만 호텔로서도 살아 있는 동물을 선뜻 보호소로 보내기는 쉽지 않다. 새 주인에게 입양되기보다 안락사 가능성이 높아서다.

 2015년 고양이를 맡기고는 1년 가까이 찾아가지 않은 주인에게 미납금액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신 대표는 “동물을 버린 행위 자체로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 3월 시행되는 동물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반려동물을 버리는 주인에게는 과태료가 현행 1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높아진다.



홍정수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