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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능가하는 냉철한 ‘현실주의’로 북핵 해결책 모색을

트럼프 능가하는 냉철한 ‘현실주의’로 북핵 해결책 모색을

Posted September. 21, 2017 08:33,   

Updated September. 21, 20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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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이 세계 외교가를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호전적인 행동을 멈출 때까지 모둔 나라가 북한을 고립시켜야 한다”며 “더 이상 이용당할 수는 없다. 나는 미국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국제사회에 대북압박 공조를 호소하면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북한 완전 파괴’라는 거친 표현은 핵 도발을 일삼으며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한 마지막 최후통첩으로 들렸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공손한 다자정책을 고수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주의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원칙에 입각한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사전에 준비한 원고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북한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지만 그렇다고 대북압박과 제재에 무게를 둔 외교적 해법을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서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군사옵션을 시사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19일 펜타곤에서 “우리는 북한 문제가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한 것도 군사옵션은 최후 선택지임을 보여 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가장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해 북핵 해법을 놓고 온도 차가 느껴진다. 문 대통령은 어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과 만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당부했고. 애틀랜틱 카운슬이 시상하는 ‘2017 세계시민상’을 받는 자리에서도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유엔총회에 참석한 왕이 외교부장이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오버랩 된다.

 120여 개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인 유엔총회는 한반도 문제 해법을 전 세계에 알릴 좋은 외교무대다.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을 만나면서 국가의 힘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지는 냉엄한 국제질서를 목격했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전쟁 불사를 외치는 판에 북핵의 당사자인 한국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에 매달린다면 동맹국들이 어떻게 볼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군사옵션을 내세우는 것은 무력행사가 배제된 제재는 힘이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21일 유엔총회 연설을 하는 문 대통령은 미국이 처한 위협에 공감하고 동맹국답게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메시지를 내놓기 바란다. 이어 열리는 한미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 오찬 회동에서도 대북정책에서 한 목소리를 내 굳건한 동맹을 확인시켜야 한다. 미국과 일본에 신뢰에 기초한 공조 태세를 굳히고 냉철한 현실주의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