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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무역적자 미, 한미FTA 탓하는 건 잘못”

EU “무역적자 미, 한미FTA 탓하는 건 잘못”

Posted September. 20, 2017 07:56,   

Updated September. 20, 20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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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연합(EU)의 통상담당 수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주장에 대해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을 한미 FTA 탓으로 돌리는 건 잘못됐다(wrong)”고 일갈했다.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는 FTA가 불공정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선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21일 방한에 앞서 동아일보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은 왜 한국에 적은 차를 수출하게 됐는지 난감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무역수지는 전체 그림의 극히 일부만 보여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 EU, 동남아시아, 중국 등 해외에 막대하게 투자해 글로벌 가치사슬에 완전히 통합된 한국 기업들의 무역은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미 무역수지에 잡히지 않은 거래를 고려하면 적자만으로 미국이 손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양국 무역 성과는 무역수지로만 판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EU는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무역 적자를 낸 국가는 손해이고 흑자를 낸 국가는 승리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는 무역을 ‘적자 흑자를 따지는 방식(plus minus way)’으로 보지 않고 ‘무역 총합의 성장(growth of the sum)’으로 판단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미 FTA 개정 논란에 대한 한국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미 행정부 주장의 허점을 조목조목 꼬집은 것이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급으로 한국, 일본과의 FTA는 물론이고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에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 경제장관회의와 한-EU FTA 성과를 논하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는다.

 한편 EU는 미국처럼 일방적인 방식은 아니더라도 올해 안에 한국 정부에 한-EU FTA 개정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말름스트룀 위원은 “EU와 한국 간에 아직 비관세장벽이 남아있어 양자 모두가 균형을 이루는 FTA 개정을 일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한-EU FTA 개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