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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유엔제재 피해 동남아-중동-아프리카서 외화벌이”

“북, 유엔제재 피해 동남아-중동-아프리카서 외화벌이”

Posted September. 09, 2017 07:21,   

Updated September. 09, 20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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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과 남미, 동남아시아 등 그동안 북한 핵·미사일 개발 문제를 ‘남의 일’처럼 여기던 세계 국가들이 유례없이 발 빠르게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북한이 사거리 1만 km를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했다고 홍보하면서 자국의 안방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해 왔던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외교장관들은 7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서 비공식 장관회의를 열고 EU 차원의 독자적인 대북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북한으로의 원유 공급을 중단하고 북한의 역내 노동자 파견을 전면 제한하는 한편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평양의 분별없는 도발로 세계가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제와 외교 분야 모두 더 강력한 독자 제재를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회원국은 모두 동의했다.

 올해 두 차례 대북 제재 방안을 발표했으나 유엔 제재안을 이행하는 수준이던 유럽은 자국도 북한의 ICBM 사거리 안이라는 긴박함이 조성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프랑스 수도 파리가 평양에서 8735km 거리에 있는 등 유럽 전역은 북한 화성-14형의 타격 범위 안에 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은 최근 “유럽은 김정은이 개발하는 미사일 사거리 안에 예상보다 일찍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AFP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EU 제재안의 핵심은 그동안 개별 국가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로 방치했던 북한 노동자 파견 금지 조항이다.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일부 국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외화가 핵이나 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쓰인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EU는 김정은의 돈줄을 확실하게 죄기 위해 김정은을 블랙리스트(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김정은의 EU 회원국 내 모든 자산이 동결될 뿐 아니라 EU 여행은 물론 영토와 영공조차 통과할 수 없게 된다. 독일과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은 이미 북한대사관의 임대 사업 폐쇄에 돌입한 상태다.

 EU는 또 회원국 10개국에 설치돼 있는 북한대사관의 외교관 추방 등 단교 직전 수준의 강력한 외교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스페인이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조치로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파견된 외교관 3명 중 1명은 9월 중으로 귀환하라는 퇴거 명령을 내렸고, 올 초 불가리아도 동유럽 북한 거점 역할을 해온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에 외교관 2명을 줄이라고 명령했다.

 이와 관련해 9일부터 중동 5개국(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을 방문하는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이들 국가에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지 말라고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는 자국민들에게 북한 여행 자제령을 내렸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홈페이지 권고문을 통해 ‘최근 동향과 북한의 예측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할 때, 싱가포르 국민은 중요하지 않은 모든 북한 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 세계 국가의 강경한 대응은 북한의 후견국인 중국조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제재 결의안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중국이 더 강한 안보리 제재를 지지할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냈다”며 “원유 공급의 부분적 중단에 동의할 것으로 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부분적 대북 원유 금수 조치뿐 아니라 북한 섬유 제품 수입 금지, 북한 파견 노동자 임금 송금 금지 등에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경고 수위를 다시 높였다. 7일(현지 시간) “군사 행동은 분명한 옵션”이라며 “(미국이) 군사력을 쓰게 된다면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본토 및 미국령을 향해 날아오는 그 어떤 북한 미사일도 격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미 인터넷매체 뉴스맥스가 이날 보도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 · 박민우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