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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6차 핵실험,‘한반도 비핵화’의 종언이다

북6차 핵실험,‘한반도 비핵화’의 종언이다

Posted September. 04, 2017 08:33,   

Updated September. 04, 20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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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어제 평양 시간으로 낮 12시를 기해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발생한 인공지진 규모는 5.7로 측정돼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규모 5.0)의 6배 위력을 보였다. 북한은 핵실험 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폭탄 시험이 ‘완전 성공’했다며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의의 있는 계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해 ICBM 장착용 수소탄을 살펴본 뒤 “앞으로 강위력한 핵무기들을 마음먹은 대로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번 6차 핵실험은 그동안의 핵실험과 비교해 폭발력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1945년 일본 나가사키 투하된 핵폭탄보다 최소 3배 강한 위력이다. 북한은 수소탄의 위력을 선전하며 “전략적 목적에 따라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전자기펄스) 공격까지 가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상공에 EMP폭탄이 터진다면 적 지휘통제체계, 방공망, 전산장비는 물론 국가기간시설이 무력화 될 수 있다. 상상하기도 끔찍한 사태다.

 이제 북한은 핵탄두를 탑재한 핵미사일을 양산해 실전배치하는 일만 남았다. 이미 다종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이번 핵실험으로 그간의 위협이 허풍이 아닌 실제임을 과시했다. 북이 국제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빈말로라도 핵 포기 약속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확인하고 혹시라도 협상에 나선다면 ‘핵보유국’이란 완장을 차고 상호 군축협상에 임하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9일 정권수립 기념일(9·9절)과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대대적인 ‘위대한 승리 축하’행사로 치를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무모한 도발이 결국 자멸(自滅)의 길을 재촉하는 것임을 정작 김정은만 모르고 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위험한 모험주의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전면적인 경제적·군사적 봉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혈맹인 중국마저 원유공급 중단 같은 북한의 생명줄을 끊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완전 고립을 위한 모든 외교적 방안도 강구하라고 했다. 이제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무의미한 대화에 더는 기대해선 안 된다. 핵보유국 북한을 상대하기 위한 대북 전략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군사적 억지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장 우리 머리 위에서 핵무기가 꽝꽝 생산되는 마당에 태평양 건너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에만 기댈 수도 없다.

 정부는 그동안 전 세계적 핵 비확산 체제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1991년 남북이 채택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의 잇단 핵실험으로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대한민국 비핵화’가 되고 만 터에 우리만 이 선언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와 핵잠수함 도입, 독자적 핵무장 잠재력 확보 등 핵 억지 방안 마련에 더는 머뭇거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