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석유도시 휴스턴의 홍수

Posted August. 30, 2017 08:31,   

Updated August. 30, 2017 08:51

ENGLISH

 미국 제4의 도시이자 텍사스 주도 휴스턴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30개의 석유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는 석유도시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이곳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거래된다. 석유화학과 우주항공 산업이 휴스턴을 먹여 살린다. 석유기업들은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가 허구라고 주장해 왔다. 텍사스 주지사 출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교토의정서를 탈퇴한 배경에는 휴스턴에 근거지를 둔 석유기업의 막강한 로비가 있었던 건 비밀도 아니다.

 ▷휴스턴이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몰고 온 재앙적 폭우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하루 600㎜가 넘는 물 폭탄으로 도시가 거대한 호수로 변한 가운데 현재까지 사망자 10명에 4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규모가 2005년 카트리나 사태를 넘어 세계 최고인 100조원 대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하비는 3등급 카트리나보다 위력이 더 강한 4등급 허리케인이다. 본토에 4등급 허리케인이 상륙한 것은 2004년 ‘찰리’ 이후 13년 만이다. 온난화로 인한 잉여 열에너지의 93%가 바다에 갇혀 있다. 기온이 올라간 바다에선 많은 양의 수증기가 증발한다. 이 엄청난 수증기를 과학자들은 ‘날아다니는 강’이라고 표현한다, 이런 바다를 거치며 습도를 머금은 허리케인은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온난화 이전에도 허리케인은 있었다. 하지만 온난화는 허리케인의 위력을 상승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우리가 직면한 첫 번째 도전이 지구온난화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장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멍청한 것 중 하나이자 가장 순진한 것”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취임 이후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정도 탈퇴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스콧 프루이트 환경처 장관은 “이산화탄소는 온난화의 주범이 아니다”라고 말해 과학자들을 경악시켰다. 공화당의 텃밭이자 석유도시인 휴스턴이 당한 유례없는 자연재해를 보고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온난화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할까.



정 성 희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