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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 vs 맥그리거 ‘세기의 대결’

Posted August. 28, 2017 08:10,   

Updated August. 28, 20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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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세기의 대결’이란 이름값은 톡톡히 했다. 숨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27일(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웰터급(69.85kg) 프로 복싱 경기에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에게 10라운드 1분 45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메이웨더는 이날 승리로 50승 무패라는 복싱 사상 최초의 대기록을 남기고 은퇴의 길을 갔다. 맥그리거는 비록 패하긴 했지만 전설적인 무패 복서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쳐 이종격투기의 자존심을 지켜낸 ‘영웅’으로 떠올랐다. 특히 맥그리거는 경기를 10라운드까지 끌고 가는 놀라운 투지를 발휘해 그의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했다.

 사상 처음 열린 복서와 이종격투기 선수의 복싱 대결은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킨 슈퍼 이벤트였지만 처음부터 맥그리거의 완패가 예상된 싸움이었다. 온몸을 쓰는 맥그리거가 주먹만으로 49전 전승의 메이웨더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경기 초반부터 탄탄한 복싱 실력을 보여줬다. ‘러키펀치’를 노려 초반부터 무작정 상대를 강공으로만 압박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이 무색하게 차분하게 경기를 끌고 나갔다. 3라운드까지만 해도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의 긴 리치(메이웨더 183cm, 맥그리거 188cm) 때문에 거리를 좁히지 못해 유효타를 날리지 못했다. 오히려 맥그리거가 몇 차례 위협적인 펀치를 날리기도 했다. 메이웨더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경기 초반에 위험했고, 버티며 후반을 노렸다. 10라운드 KO 승리는 노린 것이다”라고 밝혔다. 맥그리거의 공격이 실제로 상당히 위협적이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015년 매니 파키아오(39·필리핀)와의 경기에서 정면 승부를 피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던 메이웨더는 “이번 경기에선 판정까지 가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경기는 타격전이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있었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방어에 집중하며 기회를 노렸다. 4라운드부터 맥그리거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메이웨더는 거리를 좁히면서 맥그리거의 복부와 안면에 잇달아 유효타를 꽂아 넣었다. 반면 맥그리거의 주먹은 허공을 갈랐다. 묵직한 펀치는 나오지 않았다.

 9라운드 후반 이후 맥그리거의 다리가 완전히 풀렸다. 메이웨더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밀어붙였다. 10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라이트 스트레이트 펀치를 정확하게 맥그리거의 얼굴에 가격했다. 맥그리거는 링을 잡고 간신히 버텼다. 로버트 버드 주심은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메이웨더의 승리를 선언했다. 경기가 끝난 후 맥그리거는 “초반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켜 아쉬웠다”고 말했다.

 맥그리거의 패인에 대해 전 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으로 17차 방어까지 한 유명우 복싱해설위원은 “맥그리거가 전체적으로 체력을 안배하며 라운드를 소화하는 능력에서 메이웨더에게 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유 해설위원은 “처음으로 치러보는 복싱 경기에 대한 긴장감, 압박감 때문에 후반에 급속도로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면서 이날 방송 중계 해설을 맡은 김대환 UFC 해설위원은 “다른 선수였다면 10회 이전에 쓰러졌겠지만 맥그리거가 맷집이 강해 버틴 것이다”라며 “종합격투기와 복싱 체력이 다르다는 점을 메이웨더가 정확히 알고 공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종전까지 서로 으르렁대던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나자 서로를 격려하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메이웨더는 공식 은퇴를 선언하며 “맥그리거와 마지막 경기를 치러 기쁘다”라고 말했다. 맥그리거는 복싱을 계속할 거냐는 질문에 “옥타곤(이종격투기 경기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corekim@donga.com · 유재영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