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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에이스...프로야구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kt 피어밴드

‘빈손’ 에이스...프로야구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kt 피어밴드

Posted August. 19, 2017 07:13,   

Updated August. 19, 201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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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투저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2014년 이후 KBO 리그에서 평균자책점이 2점대인 투수는 한 해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한 희귀종이 됐다. 그 기간에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2015년 양현종(2.44·KIA)과 2016년 더스틴 니퍼트(2.95·두산) 단 두 명이다. 올해 그 희귀종 계보를 이어나갈 유력한 투수는 kt의 라이언 피어밴드(32)다. 그는 18일 현재 평균자책점 2.8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점대를 유지하던 2위 박세웅(22·롯데)은 최근 3점대(3.11)가 됐다.

 피어밴드의 연봉은 30명의 외국인 선수 중 아래에서 6번째인 35만 달러(약 4억 원) 수준. 2015년 넥센에 입단해 지난해 kt로 옮겼지만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 가장 ‘가성비’ 좋은 외인 선수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새롭게 장착한 무기 너클볼의 힘이 컸다.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한 지난해까지 피어밴드의 주 무기는 직구와 체인지업이었다. 하지만 피어밴드는 올 시즌부터 경기당 20% 내외로 너클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피어밴드는 “KBO 리그에서 롱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라고 말했다.

 간절한 마음으로 갈고 닦은 너클볼은 위력적이었다. 너클볼 평균 구속이 시속 119km에 이르는 피어밴드의 고속 너클볼은 타자들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일반적으로 너클볼이 시속 100km 안팎인데 그보다 20km가 빠른 데다 너클볼은 볼 회전이 없어 어느 쪽으로 들어올지 방향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재응 SBS 해설위원은 “국내에선 던지는 선수가 거의 없어 타자들이 피어밴드를 상대할 때 2스트라이크 이후 어떤 공을 노려야 할지 등 수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피와 땀으로 만든 ‘마구’를 앞세워 연일 빛나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마운드 위에 선 피어밴드는 고독하기만 하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극심한 승리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그의 전적은 7승 8패. 6월 3일 롯데전 승리 이후 11경기 연속 무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그가 거둔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해도 7번이다. 이러니 그에게 ‘잘 던졌으나 승리하지 못했다’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오죽하면 김진욱 kt 감독이 16일 LG전을 앞두고 “이제는 우리 팀의 방망이가 좋아졌으니 피어밴드의 승리를 챙겨줘야 한다”라고 말했을까. 실제로 시즌 내내 잠잠하던 kt의 타선은 8월 들어 팀 타율 1위(0.325)로 올라섰다. 하지만 kt는 이날 경기마저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피어밴드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못했다. 피어밴드 등판 때 팀 타선의 득점 지원은 평균 3.84점으로 양현종이 등판했을 때 평균 8.83점의 타선이 받쳐주는 KIA와 5점가량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피어밴드의 심경은 복잡하다. “승수가 적은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야구는 투타는 물론이고 수비까지 모두 잘해야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다. 내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피어밴드는 앞으로 9경기 안팎으로 추가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 시즌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최근 5년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10승 고지에 오르지 못한 투수는 2012년 당시 KIA의 서재응(2.59·9승 8패)과 한화 류현진(2.66·9승 9패)뿐이다. 피어밴드가 너클볼의 위력과 팀 타선의 지원을 받아 ‘고독한 에이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재형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