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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 첫 내한공연

Posted August. 16, 2017 07:37,   

Updated August. 16, 2017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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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옮겨온 것 같았다.

 15일 오후 7시, 비까지 내린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앞은 비행기가 아닌 공연장에 입장하려는 2만 명의 인파로 혼잡했다.

  ‘공항 수준의 보안 검색대 운영’ ‘아티스트의 요청에 따른 보안 검색 강화로, 보안 검색 및 공연장 이동 및 입장에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될 예정이니 여유 있게 도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주최 측의 사전 공지문은 빈말이 아니었다.

 오후 8시부터 열린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4) 콘서트는 입장부터 고단했다. 취재기자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노트북 가방을 메고 들어갈 수 없었다. 가방, 핸드백, 파우치의 반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허용한 반입 가능 가방은 가로 27cm, 세로 40cm 이하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가방뿐. 노트북도 취재용이 맞다는 걸 확인하는 스티커를 붙인 다음에야 갖고 들어갈 수 있었다. 긴 우산도 반입 금지 물품 중 하나였다. 접이식 우산을 가져간 게 다행이었다.

 유난스러운 입장 심사는 테러 때문이다. 5월, 22명이 희생되고 116명이 다친 영국 맨체스터 폭탄 테러가 일어난 곳이 다름 아닌 그란데의 공연장이다. 그란데는 6월 맨체스터를 다시 찾아 “테러 때문에 물러서지 말자”면서 추모 콘서트 ‘원 러브 맨체스터’를 열었고 이는 전 세계에 생중계돼 화제가 됐다.

 추모 콘서트 뒤 그란데는 어린 나이의 스타이지만 침착하고 당당하게 잘 맞섰다는 평가를 세간에서 받았다. 지난해 낸 앨범과 같은 이름의 ‘데인저러스 우먼(Dangerous Woman)’ 순회 공연 시리즈도 유럽, 남미, 아시아로 이어갔지만 공연장 보안은 극도로 강화됐다. 그란데는 10∼13일 일본 콘서트에 이어 한국에서도 자신의 입국 시간과 장소마저 비밀에 부쳤고 공연장 내 취재용 사진 촬영도 불허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여러 내한공연을 진행해 봤지만 아티스트 측에서 이렇게 철저한 보안 요청을 해온 것은 처음”이라며 진땀을 흘렸다.

 미국 마이애미주 플로리다 출신인 그란데는 2008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미모와 가창력을 겸비해 TV 배우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면서 주로 영어권 10, 20대의 우상이 됐다. 국내에서도 ‘Problem’ 같은 곡이 TV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에 의해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그란데는 이날 무대에서 “안녕하세요, 코리아!” 하며 객석에 인사했고 광복절임을 의식한 듯 “특별한 날을 축하한다”고도 외쳤다. 일찌감치 매진된 2만 개의 객석을 채운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