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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독립운동가 기념비, 러시아 극우세력이 훼손

연해주 독립운동가 기념비, 러시아 극우세력이 훼손

Posted August. 14, 2017 07:27,   

Updated August. 14, 20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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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연해주(프리모르스키)는 선사시대부터 옥저, 발해를 거쳐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영욕이 깃든 땅이다. 그곳에서 선조들은 대제국 발해의 영광을 누렸고 또한 일제에 맞서 처절하게 항전하며 분루를 삼켰다. 동아일보는 광복절을 맞아 연해주의 독립운동 흔적과 발해, 옥저 유적을 취재했다.

 이번 현장 취재에서 연해주에 세운 독립운동가 산운 장도빈(汕耘 張道斌·1888∼1963) 선생 기념비가 4년 전 훼손됐지만 담당 부처인 국가보훈처는 지금껏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운은 연해주로 망명해 항일운동에 나선 사학자로 연해주에 발해 유적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제기한 인물이다.

 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 만난 알렉산드르 크루6코 러시아 극동연방대 발해연구소장은 “장도빈 기념비가 2013년 8월경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된 뒤 시정부의 이전 결정이 내려졌다”며 “한국 민간단체인 고려학술문화재단과 협의해 2015년 10월 극동연방대 사범대로 기념비를 옮겼다”고 밝혔다.

 앞서 고려학술문화재단과 러시아 극동연방대는 2012년 10월 연해주 우수리스크시 레르몬토프 거리공원에 기념비를 세웠다. 본보가 입수한 훼손 당시 사진을 보면 기념비 앞뒷면에 각각 러시아어로 “여기는 러시아 땅이다” “모두 거짓말이다”라는 낙서가 붉은색과 초록색 스프레이로 진하게 칠해져 있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극우 민족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해외 독립운동 기념물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장도빈 기념비가 연해주에 있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산하기관인 독립기념관 측은 “극동연방대로부터 장도빈 기념비 훼손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후속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