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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페스티벌 개막공연 ‘73세 현역’ 첼리스트 정명화

평창 페스티벌 개막공연 ‘73세 현역’ 첼리스트 정명화

Posted August. 11, 2017 08:13,   

Updated August. 11, 20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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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이 곡은 마지막인가라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하죠.”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대표 연주자 중의 한 사람인 첼리스트 정명화(73). 그는 미소를 지으며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9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만난 그는 10일 ‘2017 평창 스페셜 뮤직&아트 페스티벌’ 개막공연에 나선 뒤 바로 출국해 독일 드레스덴 음악제에 참석할 계획이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바쁜 활동이다.

 “여러 축제에 다니며 경험을 많이 쌓다 보니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물론 나이가 나이인 만큼 활동 폭은 넓지 않아 할 수 있는 것만 해요. 나이에 맞춰 해야죠.”

 70세를 넘겨 활동하는 연주자 중 첼리스트는 유독 드물다. 특히 해외 공연을 다니며 활동하는 여성 첼리스트는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제 연주가 스스로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그만둘 겁니다. 최근 슈베르트를 연주했는데 마음속으로 ‘슈베르트 연주는 이번이 마지막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3, 4년 전부터 연주하는 곡들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연해요.”

 2011년부터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평창대관령음악제와 18∼20일 강원 평창군 계촌리에서 열리는 계촌마을 클래식 거리축제에 애정이 많다. 특히 계촌마을 축제는 베네수엘라에서 빈민층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 ‘엘시스테마 오케스트라’의 한국형을 추구하고 있다.

 “빈민층 아이들을 위한 엘시스테마와 출발점은 다르지만 클래식으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점은 같아요. 마을 아이들 모두가 악기를 하면서 오케스트라로 하모니를 이룬다는 것은 특별하죠. 이런 계촌마을 같은 모델이 전국에 확대되었으면 좋겠어요.”

 동생인 지휘자 정명훈(64)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는 그의 음악과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다. 동생들 자랑을 할 때 그의 눈이 유독 빛났다.

 “경화와는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죠. 명훈이, 경화와는 서로 격려도 해주고 비평도 자유롭게 해요. 세계 최고의 연주자이기도 한 두 동생을 존경하기도 하고요. 어머니는 어떻게 이런 아이들을 낳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2011년 어머니를 추모한 연주가 이들 ‘정트리오’가 함께한 마지막 공연이었다.

 “제가 첼로를 그만두기 전에 꼭 한번 해야죠. 어디서 연주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연주회를 여는 것은 무리이고 축제 같은 곳에서 한 곡 정도 연주하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아요.”

 첼로를 선택한 것을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그는 성악을 전공했다면 메조소프라노를 했을 거라며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데 가장 맞는 악기가 첼로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살면서 후회되거나 아쉬운 순간은 없었어요. 오히려 저는 축복받아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었죠. 많이 받은 만큼 젊은 음악가들을 돕는 것이 제 일이죠. 그러지 않으면 저는 벌 받아요.(웃음)”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