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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걸려 성경 1189장을 모두 時로...“내가 살아온 이유”

20년 걸려 성경 1189장을 모두 時로...“내가 살아온 이유”

Posted August. 10, 2017 07:30,   

Updated August. 10, 20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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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목월(1915∼1978), 황금찬 시인(1918∼2017)과 함께 품었던 꿈을 이제야 이룰 수 있게 됐습니다. 선배들도 고생했다 어깨 두드려주겠지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출판사 ‘성서원’의 김영진 회장(73)은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말을 멈췄다. 1965년 시인으로 등단한 김 회장은 한국잡지협회장(1995∼97년) 한국기독교출판협회장(2000년) 등을 거친 출판계 산증인. 하지만 최근 출간한 책 한 권을 그는 “지금껏 살아온 이유”라고 단언했다. 바로 20여 년에 걸쳐 직접 성경 1189장을 시로 지은 ‘성경의 노래’(사진)다.

 김 회장이 성경 전체를 시로 짓기로 마음먹은 건 1960년대부터. 당시 박목월 황금찬 시인 등이 참여했던 한국기독교문인협회에서 ‘시를 지어 즐거이 주를 노래하자’(시편 95장 2절)를 실천해 보자는 의견이 오갔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진척은 쉽지 않았다. 결국 감리교신학대 대학원을 나온 그가 1998년부터 방대한 작업에 천착했다.

 “거의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 10시까지 매달렸습니다. 다른 일도 많았지만 제 본업은 이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죠. 워낙 고되다 보니 갖은 병마에 시달려 가족도 한사코 뜯어말렸습니다. 하지만 세계 기독교사(史)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을 우리 땅에서 이루어 보자는 사명감이 저를 채찍질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난 ‘성경의 노래’는 페이지마다 정성이 가득하다. 이번에 나온 1권은 창세기 출애굽기 등 모세오경을 한 장 한 장 시로 지었다. 이를 ‘찬송가 연구의 대가’인 오소운 목사가 잘 어울리는 찬송가에 맞췄고, 삽화가 김청전 씨가 어울리는 그림을 그렸다. 김 회장은 “두 사람도 이 작업에 최소 7년 이상씩 매진하며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책 감수를 맡은 민영진 박사(전 감신대 교수)는 “방대한 내용을 시와 노래로 정리한 것도 훌륭하지만, 정확한 문맥을 파악해 누구나 알기 쉽게 만든 엄청난 역사(役事)”라고 평했다.

  ‘성경의 노래’는 내년까지 5권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완성 때까지 건강만 유지하면 좋겠다”며 “벅찬 시도라 두려움도 크지만 복음 전도에 작은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