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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빠진 北中‘북한유적’ 공동발굴조사 동북공정 같은 역사왜곡에 악용될 우려”

“남한 빠진 北中‘북한유적’ 공동발굴조사 동북공정 같은 역사왜곡에 악용될 우려”

Posted August. 02, 2017 07:33,   

Updated August. 02, 20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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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중 공동 발굴조사는 자칫 동북공정 같은 역사왜곡에 이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북한 유적에 대한 남한 고고학계의 참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종택 고려대 교수(고고학)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자국(自國) 내 고구려, 발해 유적을 당나라식으로 복원한 사례들이 있다”며 “북한 유적에 대해서도 중국 문화의 역할을 실제보다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문화 교류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한국고고학회는 ‘남북고고학협회’ 설립 추진을 최근 결정했다. 고구려 아차산 보루를 발굴한 중견학자로 북측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이 있는 최 교수는 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남북 고고학계는 2004년 개성공단, 2005년 평양 고구려 유적, 2006년 평양 안학궁성을 함께 발굴했다. 이어 2007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 개성 고려 궁성터(만월대) 공동 발굴을 진행했으나,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중단됐다.

 이에 따라 남측을 대신해 중국이 북한과 공동 발굴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중국 연변대가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와 2010∼2011년 평양 남사리 낙랑 벽돌무덤을 공동 발굴한 데 이어 2013년 평양 삼석구역 내 호남리 고구려 무덤을 함께 조사했다. 지난해에는 양측이 황해도 봉산군 천덕리에 있는 고구려 벽화무덤을 공동 발굴했다. 중국 한 무제가 설치한 낙랑군은 한반도에 없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평양 낙랑 무덤을 중국과 공동 발굴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북한이 경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과정에서 고고 유적이 파괴될 위험이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건물이나 도로, 다리 등을 짓기 전 유적 잔존 여부를 파악하고 보존 조치를 취하는 이른바 ‘구제 발굴’이 필요한데 남한 고고학계에서 이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대 평양성 외곽 지역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1000여 기에 달하는 낙랑 무덤이 한꺼번에 발견된 적이 있다. 최 교수는 “북측에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발굴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발굴 기관이 김일성종합대 고고학강좌와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 조선중앙역사박물관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북한 고고 자료에 대한 연구 없이 한국 고고학이 제대로 성립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 지역은 선사시대부터 문물 교류의 핵심 통로였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북한 고고학 자료는 거의 공백에 가깝다”며 “물질자료를 반드시 연구해야 하는 고고학으로선 치명타”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남북 고고학 교류의 첫 번째 대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구려 벽화고분을 꼽았다. 그는 “평양과 남포, 황해도 일원에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고구려 벽화고분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