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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와 마크롱의 오만

Posted July. 26, 2017 07:22,   

Updated July. 26, 20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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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해군을 몰아낸 뒤 임금이 된 인조(仁祖)가 논어를 놓고 아침공부를 하다 ‘부이무교(富而無驕·부유해도 교만하지 않는다)’ 구절에서 멈췄다. 한 신하가 “지위가 높으면 저절로 교만해지고 녹봉이 많으면 저절로 사치스러워지는데 사람은 모두 그렇다”라고 했다. 옛날 왕들은 위로는 하늘과 조상을 두려워하고 아래로는 신하들, 심지어 백성들까지도 두려워했다고도 덧붙였다. 논어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제왕학(帝王學)에서는 오만을 큰 경계의 대상으로 삼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06년 총리에 올랐다가 1년 만에 물러났다. 2012년 두 번째로 집권하자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민심을 읽고 소통능력을 발휘했다. 대담한 금융정책과 발 빠른 재정정책, 새로운 성장전략의 ‘세 개의 화살’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를 펼쳐 일본 청년들의 취업 걱정을 없앴다. 그 결과 올초까지 50“6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로 장기 집권하는 총리가 됐다.

 ▷그런 아베가 24일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지지율이 26%까지 추락했다. ‘아베 2기’ 이후 최저치다. 일본 내각제 아래서 지지율이 20%대에서 반등하지 못한 대부분 총리가 물러났다. 지지율이 급락한 데는 친구의 대학에 수의학부를 신설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사학 스캔들’이 있다. 장기 집권에서 온 오만 때문이었을까. “내 행적에는 한 점 어둠이 없다”는 해명을 일본 국민이 얼마나 믿어줄지 궁금하다. 고공 행진하던 지지율이 어느 순간에 무너진 것을 보면서 ‘민심은 호랑이 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도 최근 54%로 10%포인트 급락했다. 고강도 예산 감축과 합참의장 경질 등 개혁을 이끌면서 드러낸 권위주의적 행태가 부메랑이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방예산 감축에 반발하는 군 수뇌부를 향해 “내가 당신들의 상관이다. 어떤 압력도 조언도 필요하지 않다”며 힘으로 찍어 누르는 모습을 보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기루 같은 지지율에 취해 거칠 것 없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지도자들이 맞는 운명은 비슷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