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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열풍

Posted July. 24, 2017 07:33,   

Updated July. 24, 201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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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투자가 유행했다. 네덜란드에 막 소개된 터키 원산의 튤립이 상류층에서 인기를 끌자 너도 나도 사겠다고 나서면서 튤립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 종자는 한 뿌리가 집 한 채와 맞먹을 만큼 값이 올랐다. 그러나 사겠다는 사람만 있고 팔겠다는 사람이 없는 거품은 3년 만에 터졌고 튤립 가격은 폭락했다. 이 여파로 네덜란드 경제까지 휘청거렸다. ‘튤립 버블’사건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튤립 버블에 빗대는 시각이 있다. 실제 쓰임새가 증가해서가 아니라 가치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 심리로 가격이 급등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맞선다. 예측이야 어찌됐건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프로그래머(후에 호주 사업가 크레이그 라이트로 밝혀졌다)가 비트코인을 만든 이후 가상화폐는 생활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혀왔다.

 ▷가상화폐 확대에 각국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비트코인을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다. 미국은 가상화폐 과세 가이드라인까지 정했다. 러시아처럼 발행과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곳도 있다. 특히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해외 관광객 유치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활용할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일본 3대 전자제품 양판점 ‘빅 카메라’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비트코인 결제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한국에서 가상화폐는 아직 법과 제도 밖의 투기 상품이다. 사설 거래소의 비트코인 거래가 연간 1조 원 규모인데 법은커녕 아직 가상화폐를 어떻게 규정할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이 해킹돼 주민등록번호 등을 탈취당한 개인들의 2차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공개된 거래 내역을 사슬처럼 묶은 블록체인으로 관리돼 해킹이 어렵다. 그러나 거래소를 해킹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최근 국회에서 가상화폐거래소를 인가제로 바꾸자는 법안 논의가 시작된 것은 그래서 반갑다. 피해 방지는 물론 세계적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상화폐에 관한 규정과 적절한 규제가 시급하다.



Sung-Won Joo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