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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5개년 계획… 현실 반영해 유연하게 조정하라

새 정부 5개년 계획… 현실 반영해 유연하게 조정하라

Posted July. 20, 2017 07:18,   

Updated July. 20, 201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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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어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내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등 5대 국정목표 아래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 487개 실천과제를 담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마련한 새 정부 국정청사진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이지만 현실적 여건에 맞춰 수정한 몇몇 대목이 눈에 띈다.

 5개년 계획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과 대동소이하다. ‘촛불혁명 완성’ ‘더불어 성장’ 같은 대선 공약집의 4대 비전에서 지역 발전 항목을 따로 떼어내 5대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적폐청산’을 최우선 순위에 놓은 것도 공약집과 다를 바 없다. 다만 가칭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던 당초 공약 대신 부처별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수정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단계적 폐지로 완화했다. 통신비 기본료 일괄 폐지 공약도 한 발 물러섰다. 사회적 논란과 실현 가능성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어제 발표 직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임기 내’에서 ‘조속히’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전작권 전환 시점은 이미 두 차례나 연기돼 2020년대 중반 이후로 잡혀있다. 그것도 한반도 불안정 요소 해소와 한국군의 준비능력 확보라는 선결조건이 붙어있다. 북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는 엄중한 안보현실을 고려한 그 시기를 못 박지 않고 현실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면서도 그 시기와 관련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이라고 말한 바 있다.

 5개년 계획은 경제·복지 분야에서 서민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등 형평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새로운 성장동력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기초·장애인연금 인상과 0∼5세 아동수당 등 복지에만 2022년까지 77조4000억 원이 드는 등 총 178조 원짜리 가계부다. 박근혜 정부 초반의 공약가계부 규모(135조 원)보다 43조 원이나 많다.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이라는 말로 논란을 피하고 있지만 대규모 증세 없이는 정책 추진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오늘부터 이틀간 국정운영계획을 뒷받침할 국가재정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순서가 뒤바뀌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갓 출범한 정부가 선거 때 제시한 공약을 당장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 대통령도 “스스로 말에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며 약속 이행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역대 정부와 달리 이미 당선 즉시 실전 국정운영에 뛰어들어 70일의 체험학습을 거친 문 대통령이다. 이번에 일부 미세조정을 했지만 목표만을 의식한 무리한 추진은 엄청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문 대통령 말대로 5개년 계획은 설계도이자 나침반이다. 현실적 여건과 실현 가능성을 토대로 목표와 방향을 조정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국정 성공을 위한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