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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신중협상 주문한 美의원...우군으로 활용할 준비됐나

한미FTA 신중협상 주문한 美의원...우군으로 활용할 준비됐나

Posted July. 19, 2017 07:25,   

Updated July. 19, 20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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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상·하원의 무역 관련 위원회를 주도하는 의원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추진 중인 미 무역대표부(USTR)에 대해 “신중하게 협상하라”고 주문했다. 공화당 및 민주당 소속 ‘빅4’ 의원들은 17일(현지 시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한미FTA는 단순한 경제협정이 아니라 혈맹간의 전략적 이해를 담은 경제동맹이라고 강조했다. 한미FTA 재협상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주에 미국 정치권이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정파를 초월한 미 의회 지도자들이 한미 FTA의 가치를 부인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한 목소리를 내는 데서 3권 분립이 살아있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실감할 수 있다.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건강한 견제기능과 가치 동맹에 대해선 여야가 나뉘지 않는 초당적 정신이 오늘의 미국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미국 주지사들도 다음달 16일 시작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앞두고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에게 경제적 동맹관계를 강조하는 등 외교 행보를 나섰다. 공화당원인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주지사는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캐나다 편을 들겠다고 할 정도로 자유무역의 가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행사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재차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가 옹색해 보일 지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개정을 심각하게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공화당 대선후보가 된 작년 5월부터다. 이후 1년 넘는 기간 우리 정부가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의문이다. 일본은 8일 미일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일 무역적자를 거론한 뒤 주미 일본대사관 직원과 기업 임직원을 총동원해 일본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효과를 홍보하고 있다. 캐나다는 NAFTA 재협상을 앞두고 미국 행정부 각료, 의회 의원, 주 정부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직접 만나 설득 작업 중이다. 일본은 미국과 개정할 협상이 없는 기축통화국이고, 캐나다는 미국 내 우호세력이 충분히 많은 데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딱히 내세울 것 없는 한국은 통상외교의 수장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조차 선임하지 못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FTA가 양국 경제발전에 기여했음을 부각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이런 마당에 미국 의회에서 FTA 개정 신중론이 부각된 것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정치권과 정부는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기간 여야를 초월해 미국 정, 관계와 소통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지금 한미FTA의 효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채 개정협상이 시작된다면 협상은 경제논리가 아닌 미국 내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