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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가 풀어낸 인류의 전쟁 경험사

유발 하라리가 풀어낸 인류의 전쟁 경험사

Posted July. 15, 2017 07:14,   

Updated July. 15, 201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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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렇게 머쓱할 수가.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그가 누군가.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그 주장에 동의하든 안 하든, 끝내주는 글맛의 소유자. 요 책은 또 어떤 장관을 펼쳐놓았을지 당연히 침이 고인다. 그런데…, 책을 펼친 독자는 ‘극한의 (생경한) 경험’을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저자가 심취한 거대 담론과 달리 이 책은 전쟁문화사(史)란 비교적 세부 영역에 집중했다. 그러나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세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지라, 하라리 교수가 가장 잘 아는 분야다. 그래서인지, 안 그래도 천의무봉(天衣無縫) 휘젓는 솜씨가 더욱 거침없다. 특히 서구에서 중세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전쟁 회고록을 바탕으로 엮어내는데, 어어 하는 순간 서양 문화의 변천과 근간까지 파고든다.

 꽤나 두툼한 책이나 목적지는 의외로 친근하다. 전쟁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경험이다. 이는 개인에게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강력한 변화(혹은 깨달음)를 안긴다. 그런데 여기엔 ‘당연히’ 당대의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다. 신의 섭리가 우선하던 중세엔 전쟁을 숭고한 정신이란 관점에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근대 이후엔 인본주의나 유물론이 등장하며 참전군인의 감정과 경험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결국 전쟁을 통한 경험을 ‘지식의 습득’이란 틀로 해석하면 인류가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는지까지 통찰할 수 있다.

 사실 ‘극한의 경험’은 저자가 2008년에 쓴 책이다. 앞서 언급한 두 베스트셀러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쓰였다. 그래서일까. 총기나 매력은 여전하나 다소 논거가 거칠다. 게다가 워낙 보편적이지 않은 소재라 그런지, 뒤돌아서면 뭘 들려주려 했던 건지 살짝 헷갈린다.

 호불호야 있겠지만, 하라리 교수는 대단한 필력의 소유자다. 분명 된장찌개 재료인데 뚝딱뚝딱 김치찌개, 아니 똠얌꿍을 내놓는 재주를 가졌다. 그것도 아주 근사하게. ‘극한의 경험’ 역시 신묘하다. 다만 낯선 재료로 만든 이름 모를 요리를 처음 마주한 기분이 이럴까. 이게 맛있는 건지, 아닌지 선뜻 가늠이 어렵다. 원제는 ‘The Ultimate Experience’.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