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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미국의 목소리’...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콘서트

15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미국의 목소리’...소프라노 르네 플레밍 콘서트

Posted July. 07, 2017 07:10,   

Updated July. 07, 20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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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를 부르다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치맛자락을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마치 10대 소녀처

럼. 공연장에 온 관객 모두 마법에 걸린 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15년 만에 한국을 찾은 무대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목소리’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58)이 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첫 곡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 중 ‘연약한 우상, 타이스여’를 끝낸 뒤 마이크를 들고 “한국이 그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0여 석을 가득 메운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무대에 선 그나, 객석의 관객이나 애타게 기다린 무대였기 때문이다.

 1부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곡을, 2부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 대중적인 노래를 들려줬다. 브람스의 곡을 부를 땐 청량하고 고요한 한여름 밤의 야외무대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특히 뮤지컬 ‘왕과 나’ 중 ‘즐겁게 휘파람을 불지’를 부를 때 그는 “나는 휘파람을 잘 불지 못한다”며 관객의 휘파람을 유도했다.

 곡 중간 중간 마이크를 들고 곡 해설과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토크 콘서트’ 분위기를 이어갔다. 조지 거슈윈의 ‘서머 타임’, 오페라 ‘루살카’ 중 ‘달에게 부치는 노래’ 등을 앙코르로 들려주며 아쉬움을 달래줬다.

 풍부한 성량은 아니었지만 리듬을 타며 자유자재로 곡을 갖고 노는 노련한 모습을 보여줬다. 세련된 무대 매너도 돋보였다. 다만 절제되고 두꺼운 목소리를 지닌 탓도 있지만 성대에 필터를 하나 끼운 듯 일부 곡에서는 거칠고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몇 차례 고음에서는 아슬아슬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르네 플레밍, 15년을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 5개 만점)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