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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Posted July. 06, 2017 07:12,   

Updated July. 06, 2017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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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착륙한 우주선.’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컨페드컵)을 앞두고 10가지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우주선을 닮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이었다. 이번 대회는 모스크바, 소치, 카잔에서도 열렸는데 관전 포인트로 선정된 경기장은 한 곳뿐이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 스타디움은 건설비용이 10억 파운드(약 1조4852억 원)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경기장이다.

 이번 대회 러시아-뉴질랜드 개막전과 독일-칠레 결승전이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은 애초 2008년 12월 완공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 재정난과 건설업체 도산 등이 겹쳐 여러 차례 완공이 미뤄졌고, 올해 2월에야 공식 개장 행사를 치렀다. 이 과정에서 건설비용도 계속 증가했다.

 거대한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경기장 외관은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1934∼2007)가 디자인했다. 기쇼는 1980년대 잠실 롯데월드의 기본 설계를 맡기도 했다. 일본 최고의 축구장으로 평가받는 도요타 스타디움도 그의 작품이다.

 러시아 프로축구 제니트의 안방이라 ‘제니트 아레나’라고도 불리는 이 경기장은 7층으로 구성돼 있다. 높이는 56.6m. 공식 수용 인원은 6만2000명이지만 7층에 임시 관람석을 설치하면 7만 명 이상도 입장할 수 있다. 컨페드컵 결승전이 열린 3일에도 입장료가 싼 임시 관람석은 인파로 가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위도는 약 60도로 모스크바보다 높다. 겨울의 추위를 피하면서 햇볕도 쬘 수 있도록 스타디움의 지붕은 개폐가 가능한 투명 재질로 돼 있다. 발트해에 인접해 경기장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환상적이다. 화려하고 웅장한 외관에 비해 내부 좌석은 대단히 좁게 배열돼 있다. 안쪽 관객이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수십 명이 일어나야 한다. 편안함을 멀리한 대신 그라운드는 가깝다. 5층에서도 선수들의 등번호를 뚜렷이 볼 수 있을 정도다. 선수가 헤딩한 공이 관중석까지 날아가는 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애초 이 경기장을 내년 러시아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나왔지만 개막전과 결승전은 수도인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조별리그 4경기, 16강전과 준결승 각 1경기, 3·4위전이 개최된다. 월드컵이 열리는 11개 도시, 12개 경기장(모스크바 2곳) 가운데 루즈니키 스타디움과 나란히 가장 많은 7경기를 치른다.

 한국 축구는 최근 신태용 감독을 소방수로 내세웠다.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하면 조 편성 결과에 따라 ‘신태용호’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우주선’을 휘저을 수도 있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