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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ICBM 성공”...요동치는 한반도 패러다임 바뀌었다

북“ICBM 성공”...요동치는 한반도 패러다임 바뀌었다

Posted July. 05, 2017 07:06,   

Updated July. 05, 20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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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어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핵무기와 함께 세계 어느 지역도 타격할 수 있는 최강의 대륙간탄도로케트를 보유한 당당한 핵강국”이라고 선전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ICBM이 소형화된 핵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성공했는지 여부는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핵보유국 북한’에 이은 ‘ICBM 보유국 북한’의 등장은 한반도 정세의 패러다임 전환이자 이에 따른 대응도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평안북도 구성군 방현비행장에서 ‘최대 고각(高角)발사’ 체제로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이 최고 2802km까지 상승해 933km를 날아 동해상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상 각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가 ICBM의 최소 성능인 5500km를 상회하는 6000km를 넘는 만큼 미국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다. 최대 난관인 재진입 기술 확보는 바다에 떨어진 탄두 잔해물을 수거해 분석해야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정밀 검증이 계속돼야 하지만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전에 비춰볼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주장대로 ICBM 발사에 성공했다면 북한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6번째 ICBM 보유국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북한은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위한 최종 관문’인 ICBM 시험발사에 단번에 성공했다”며 “공화국 역사에 특기할 대경사, 특대사변”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금지선)’, 즉 ICBM 완성 단계를 이미 넘었거나 넘기 일보 직전에서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최악의 반미 깡패국가(rogue state)’로 자리를 굳히게 된 셈이다.

 그동안 한미 당국은 북한의 ICBM 완성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까지, 아무리 빨라도 1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북한 주장을 곧바로 ICBM 완성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그동안 안이하게 판단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김정은이) 겉으로는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치지만…”이라던 문 대통령의 인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다음 조치로 ICBM에 탑재할 소형화된 핵탄두 실물 또는 모형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은 지상과 해상 요격체계를 증강할 것이며, 이에 따른 한반도 주변국 미사일 전력 군비경쟁 등 동북아 안보지형은 격랑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이 불과 사흘 만에, 미국의 독립기념일과 7·4 남북공동성명 45주년을 기해 도발을 감행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금은 북한이 대화의 문으로 나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촉구한 다음 날 ‘특대형 도발’로 응답했다. 이미 대남기구를 통해 “미국 상전을 찾아가 온갖 추태를 다 부렸다”며 문 대통령 방미를 ‘숭미사대’ ‘대미굴종’이라고 비난했던 북한이다. 이제 북한은 한국은 건너뛰고 미국과의 직거래를 꾀할 것이고, 미국도 당장의 위협 앞에 북한과 교섭에 나설 수도 있다.

 ‘ICBM 보유국 북한’은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 모든 대북정책이 환상에 근거한 편의적 낙관론(wishful thinking)이었음을 입증한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보다 밝은 미래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를 손짓했다. 하지만 이미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김정은 정권이다. 북핵 폐기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어제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안전한 북핵 폐기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문턱을 낮춰 ‘행동 대 행동’의 단계별 보상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또 다시 북한의 기만에 놀아나는 결과만 낳을 게 뻔한데도 왼뺨을 맞고 오른뺨까지 내놓는 격이다.

 더욱 큰 문제는 북핵 위협의 고도화는 곧 한반도 위기의 상시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북핵·미사일을 ‘가장 명백하고 시급한 최대·최우선 위협’으로 여겨온 미국은 또다시 최고의 군사적 압박으로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북한에 ICBM 개발 동결만 약속받고 타협하는 최고의 간여(engagement)로 한국을 따돌릴 수도 있다. 결국 문 대통령이 강조한 남북관계의 주도권은커녕 북한의 위협에 마냥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와 우방들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라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말뿐인 단호한 대응은 북한을 더욱 기고만장하게 만들 것이다. 당장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3국 간, 나아가 전 세계적 긴밀한 국제공조 체제 아래 북한에 대한 최고의 압박을 강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미 “이 자(김정은)는 그렇게도 할 일이 없나? 한국과 일본이 더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게 믿기 어렵다”며 강력한 대북 압박을 예고했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는 한반도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자강(自强) 의지로 북한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 북한의 고도화된 핵 위협에 이젠 미국의 확장억지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핵무장 잠재력 확보 등 대북 억지력과 북한 도발에 대한 철저한 응징·보복 전력 확충 등 새로운 안보 체계로 단호한 대응을 보여야 한다. 한반도 정세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면 대북정책도 판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