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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도시락’ 러시아서 45억개 후루룩

Posted July. 03, 2017 07:26,   

Updated July. 03, 20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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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락 수출의 일등공신은 러시아다. 해외 누적 판매량 47억 개 중 45억 개가 러시아와 인근 독립국가연합(CIS)에서 팔렸다. 국내 소비자들에겐 추억의 라면으로 자리 잡고 있는 도시락이 러시아에선 ‘국민 라면’이다. 경쟁사인 일본 베트남 제품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하고 있다.

 도시락이 러시아로 넘어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부산항 보따리 상인들에서부터다.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상선의 선원과 보따리상 사이에서 사각형 용기면 도시락은 인기가 높았다. 원형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기존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 선반에 놓고 먹기에도 편했다. 따뜻하고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선원과 보따리상이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들여온 도시락은 점차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러시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감지한 팔도는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작은 현지 사무소를 열고 직원 2명을 파견했다. 같은 해 말 도시락의 러시아 현지 판매량은 7배로 늘었다.

 사무소가 개설된 지 1년 뒤였던 1998년 러시아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했다. 당시 러시아에 진출해 있던 국내외 업체들이 잇달아 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투자 초창기라 매몰 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잔류를 결정했다. 팔도 관계자는 “오히려 당시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 우랄 쪽까지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비어 있던 시장을 빠르게 점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팔도를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기억했다. 1999년 팔도는 성장세에 힘입어 모스크바에 현지 사무소를 추가로 열었다. 2005년과 2010년 두 곳의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현재 ‘팔도’가 아닌 ‘도시락(DOSHIRAK)’이라는 법인명의 현지 회사엔 총 10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도시락의 장수 비결은 끊임없는 현지화였다. 추운 날씨에 열량이 높은 마요네즈를 주요 소스로 활용하는 러시아인들은 국내 소비자들이 라면에 계란을 넣듯 도시락에 마요네즈를 뿌려 먹었다. 이에 팔도는 2012년 마요네즈 소스를 별첨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했다.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 중 하나는 ‘치킨맛’이다. 한국엔 없지만 러시아 소비자들을 겨냥해 매운맛을 줄인 치킨맛, 버섯맛, 새우맛 등이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젓가락 문화가 없는 러시아 소비자들을 위해 2007년 2월부터는 전 제품에 포크를 넣어 출시하고 있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연매출 7000만 달러를 기록한 도시락은 올해 2억 달러 매출 달성을 앞두고 있다. 2014년 러시아 국가 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제품상’에 라면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팔도는 현재 30여 개국에 도시락을 수출 중이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아 국내에선 봉지면 제품을 내놓으면서 전년 대비 135% 매출이 신장하기도 했다. 팔도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에서 성공한 현지화 전략과 사업 영역 확대를 바탕으로 아시아, 유럽 지역으로 시장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