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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홈런의 시대’

Posted July. 03, 2017 07:26,   

Updated July. 03, 2017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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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홈런 타자들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는 일명 ‘약물의 시대’로 불린다. 대다수의 홈런 타자들이 금지 약물의 힘을 빌렸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5693개의 홈런이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는 ‘약물 홈런의 시대’를 뛰어넘을 기세다.

 6월 1∼30일(현지 시간) 한 달간 메이저리그에서는 무려 1101개의 홈런이 나왔다. 2000년 5월에 기록한 역대 한 달 최다 홈런(1069개)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6월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올해 메이저리그 홈런은 6139개로 예상된다.

 올 시즌 경이적인 홈런 레이스를 이끄는 두 주인공은 ‘루키’ 에런 저지(25·뉴욕 양키스)와 코디 벨린저(22·LA 다저스)다.

 균형 잡힌 거구(키 201cm, 몸무게 128kg)인 저지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다. 엄청난 파워를 바탕으로 2일 현재 27개의 홈런을 쳐내 아메리칸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점(62개), OPS(출루율+장타력·1.138) 역시 1위다. 타율 3위(0.324)에 오를 정도로 정교함도 갖췄다.

 저지는 지난달 12일 볼티모어전에서 151m나 날아가는 대형 홈런을 쳤다. 그 하루 전에는 시속 121.1마일(약 195km)의 홈런 타구 속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스탯캐스트(타구와 투구 정보를 기록하는 메이저리그의 분석 시스템)가 도입된 2015시즌 후 가장 빠른 속도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저지는 올 시즌 리그 신인왕은 물론이고 최우수선수(MVP)까지 수상할 게 유력하다. 가장 최근에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한 것은 2001년 스즈키 이치로(당시 시애틀)였다.

 올해 4월 말 처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벨린저의 홈런 페이스 역시 놀랍긴 마찬가지다. 그는 6월에만 13개의 홈런을 때렸다. 2일 현재 64개의 안타 가운데 24개가 홈런이다. 타율은 다소 저조하지만(0.267) 홈런 1위, 타점 11위(56개)로 팀의 주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홈런이 쏟아질수록 투수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많은 투수들이 롤링사가 제공하는 ‘공인구’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보스턴의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인구가 이상해졌다는 데) 100%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애미의 베테랑 투수 브래드 지글러는 “지금은 모든 구장이 콜로라도의 쿠어스필드가 된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고지대에 위치한 쿠어스필드는 공기 저항이 작아 타구가 멀리 나가기 때문에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린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공인구 문제가 불거지자 2일 30개 전 구단에 “공인구의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통지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