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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혈맹”… ‘잉크 엎질러진’ 사드로 빛바래선 안 된다

文대통령 “혈맹”… ‘잉크 엎질러진’ 사드로 빛바래선 안 된다

Posted June. 30, 2017 07:29,   

Updated June. 30, 20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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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방미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 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참전 미군의 희생 덕분에 월남이 가능했던 피란민의 아들로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에 보낸 헌사였다. 문 대통령의 동맹외교 첫 걸음은 이에 대한 미 해병대사령관의 “같이 갑시다!” 화답으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오늘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으로 대면한다. 만찬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정책 조율,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을 조율한다. 첫 만남인 만큼 두 정상은 허심탄회하게 각자 의견을 제시하면서 가능한 선에서 합의를 모색하고 나머지는 후속 논의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이견은 차츰 해소해가자는 실용적 접근법이지만 미뤄둔 갈등이 새로운 불씨가 되지 않도록 두 나라 외교당국이 잘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핵·미사일 해법과 관련해 대화의 문턱을 ‘동결’로 낮추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의 도발을 중지시키고 대화를 끌어들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대화보다는 압박에 집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이 향후 두 나라 대북정책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간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대선후보 시절 ‘핵 동결과 군사훈련 축소 연계’ 입장에서 물러선 것도 미국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건설적인 논의를 하자는 선에서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방미에 동행한 경제인단 52개 기업은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40조 원가량의 투자를 하겠다는 선물보따리를 안겨주면서 미국 측의 요구 수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선제적 대응을 취하기도 했다.

 문제는 사드 배치 문제다. 일단 상호 이해의 토대 위에서 건설적 논의를 계속하자는 선에서 이견을 봉합할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 관계자는 사드와 관련해 “이미 엄청나게 잉크를 엎질러놓았다”고 말해 양국 간 이견이 충분히 쏟아져 나왔지만 여전히 합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최근 사드 배치 반대단체가 지난 주말 광화문 미국대사관을 19분간 포위하는 이른바 ‘인간띠 시위’에 대해 우리 정부에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 단체는 어제부터 미국대사관 앞에서 밤샘농성과 결의대회를 벌이고 있다. 대미 외교를 벌이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행태다.

 국제관계에서 동맹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상위 관계다. 하지만 공통의 이해가 없다면, 상호 갈등을 조율해내지 못한다면 하루아침에라도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 60년 넘게 이어온 한미동맹도 이제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피로 맺은 한미 동맹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역사와 연대감에 기초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동맹의 역사를 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