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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옥자’ 보이콧에.. 중소형 극장 모처럼 활기

멀티플렉스 ‘옥자’ 보이콧에.. 중소형 극장 모처럼 활기

Posted June. 30, 2017 07:29,   

Updated June. 30, 2017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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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영화 ‘옥자’의 개봉 첫날, 서울 중구 충무로 대한극장 앞 전광판에는 오후 시간대 표가 매진됐다는 안내가 속속 떴다. 이날 극장을 찾은 대학생 이원호 씨(22)는 “멀티플렉스가 아닌 극장에 온 게 난생처음”이라면서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지만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고 싶어 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560억 원을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멀티플렉스 3사(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상영 보이콧’으로 전국 84개 일반 극장(스크린 108개)에서 개봉했다. 그 덕분에 관객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던 중소형 극장들은 오랜만에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대한극장과 마찬가지로 옥자 상영을 시작한 씨네큐브 광화문 관계자는 “평소보다 2배 많은 관객이 몰렸다”며 “극장 특성상 예술영화를 보러 오는 단골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번 상영을 계기로 다양한 관객층이 생기길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극장들은 관객을 붙잡기 위해 각종 이벤트와 특별전을 여는 등 고군분투 중이다. 씨네큐브 광화문은 개봉날을 아예 ‘옥자 데이’로 정하고 1관과 2관에서 종일 ‘옥자’만 상영키로 했다. 대부분의 극장들은 조조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옥자가 그려진 부채와 포스트잇을 나눠주는 ‘얼리 버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옥자를 상영하는 ‘2% 영화관’(멀티플렉스 제외한 극장) 안내글과 극장별 상영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이 만들어 올린 ‘서울시내 옥자 상영 극장 지도’는 20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멀티플렉스 3사 없이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달성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는 글은 1000개 이상의 추천을 받았다.

 일반 극장들은 오랜만의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일각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옥자’에 대한 관심은 한 달 이상 꾸준히 간다. 그 시간만큼 개봉을 앞둔 독립영화의 상영 시간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 역시 “넷플릭스 영화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개봉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독립·예술영화관마저 빼앗길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개봉 첫날부터 파일 공유 사이트에 ‘옥자’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일도 생겼다. 넷플릭스 측은 “저작권 침해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화 추천 서비스 업체인 왓챠는 자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옥자’가 정상적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727만 명 정도의 관객 수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선희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