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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 가택연금중 간암 말기 상태서 가석방

中 민주화 운동가 류샤오보, 가택연금중 간암 말기 상태서 가석방

Posted June. 28, 2017 07:20,   

Updated June. 28, 201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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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은) 이미 수술조차 받기 어려워요. 방사선 치료도 화학 치료도….”

 중국의 민주화 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62)의 아내 류샤(劉霞) 씨는 24일 가까운 친구와의 영상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울부짖었다. 독일의소리 기자였던 쑤위퉁(蘇雨桐)은 류샤오보가 간암 말기 상태로 가석방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26일 밤 트위터에 이 영상통화 장면을 올렸다. 영상 분량은 10여 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삶이 꺼져가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류샤오보는 2009년 국가전복선동 혐의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랴오닝(遼寧) 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 수감됐다. 류샤 씨는 남편이 201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뒤부터 가택연금 중이며,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랴오닝교도소관리국은 26일 류샤오보가 최근 간암 판정을 받아 가석방됐으며 선양(瀋陽)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중국의과대학 제1병원 소속의 유명 암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팀이 류샤오보를 치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류샤오보가 이미 지난달 23일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는데도 바로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국의 뒤늦은 조치를 비판했다. 류샤오보의 변호사는 “그의 상태가 매우 안 좋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시한부 환자를 뒤늦게 가석방한 것은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나서야 석방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베리트 레이스아네르센 노벨상위원회 위원장은 27일 SCMP에 편지를 보내 중국이 류샤오보에게 해외 치료를 포함해 완전히 석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중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AFP에 “중국 당국은 류샤오보를 완전히 석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인의 가택연금도 해제해 이 부부에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미국 의회 중국 관련 집행위원장 등 소속 위원회 위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류샤오보가 미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개입해 달라”고 촉구했다.

 류샤오보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첫 번째 중국인이다. 수감 상태여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노벨상위원회는 그를 위한 빈 의자를 남겨뒀다. 다른 사람이 대독한 소감문에서 “표현의 자유는 인권의 기초이자 인류의 원천, 진실의 어머니”라는 명문을 남겼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노벨상 수여 국가인 노르웨이산 연어를 6년간 수입 제한하는 보복 조치를 취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