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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연, LPGA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 우승...세계랭킹 1위 등극

유소연, LPGA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 우승...세계랭킹 1위 등극

Posted June. 27, 2017 07:21,   

Updated June. 27, 20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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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부근에서 열린 세계아마추어팀선수권에서 기자가 유소연(27)을 처음 만났을 때였다. 그는 대원외고 1학년에 다니던 16세 국가대표 소녀였다. “희망봉에 가서 세계 최고 골퍼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현지 흑인 캐디는 오전 3시에 일어나 2시간을 걸어 출근하고 있었다. 유소연이 자신의 주머니 속에 갖고 있던 초코파이를 그 캐디에게 나눠주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유소연은 바쁜 일정 탓에 희망봉에는 가지 못했다. 하지만 유소연은 11년 전 남반구 끝에서 마음속으로 빌었던 세계 정상의 꿈을 이뤘다. 26일 미국 아칸소주 로저스의 피너클CC(파71)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생애 첫 세계랭킹 1위 등극이라는 두 토끼를 잡았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 유소연은 2언더파를 쳐 최종 합계 16언더파로 공동 2위 양희영,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을 2타 차로 제쳤다.

 이로써 그는 4월 ANA 인스피레이션 우승을 포함해 시즌 2승 고지에 올랐다. 그가 한 시즌 2승 이상을 거둔 건 2012년 LPGA투어 데뷔 후 처음이다. 또 올 시즌 16번째 LPGA투어 대회에서 한 선수가 다승을 거둔 것은 그가 처음이다. 올 시즌에는 15개 대회가 지나도록 2승 이상을 거둔 선수가 없었다. 3위였던 세계랭킹은 1위로 뛰어올랐다. 세계랭킹에서 한국 선수가 정상을 차지한 것은 신지애, 박인비에 이어 세 번째다. 유소연은 “믿을 수 없다. 두 가지 좋은 일이 동시에 올 줄 몰랐다. 이 자리에 오래 머물고 싶다”며 기뻐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 2관왕 출신인 유소연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2014년 5월 이후 3년 넘도록 컷 탈락을 당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달 초 숍라이트 클래식에서 64개 대회 만에 컷 통과에 실패했다. 유소연은 정면 돌파 대신에 돌아가는 전략을 택했다. “원래 1주만 쉬려다가 2주 동안 대회에 안 나갔어요. 마음을 다스리면서 퍼트 감각 회복에 집중했어요.”

 3주 만에 복귀한 그는 새로워져 있었다. 2라운드에 10언더파를 몰아친 그는 90%에 육박하는 그린 적중률에 퍼트 수를 30개 미만으로 떨어뜨리며 대회 최저타 우승 기록도 세웠다.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3억4000만 원)를 받아 시즌 상금 100만 달러를 맨 먼저 돌파해 상금 선두(약 121만 달러)도 탈환했다. 조던 스피스의 코치인 캐머런 매코믹 코치에게 배우면서 스윙이 견고해졌고 심리 트레이닝도 효과를 봤다.

 유소연은 지난해 말 메인스폰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꾸준하긴 해도 결정적으로 우승 횟수가 적지 않으냐는 얘기가 들리면서 서운한 감정을 품기도 했다. 4월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모처럼 우승했을 때는 단독 선두를 질주하던 렉시 톰프슨이 뒤늦게 4벌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챔피언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번에 완벽한 우승으로 유소연은 아쉬운 순간을 말끔히 씻어내며 활짝 웃었다.

 경기 후 유소연은 5년 넘게 친언니처럼 가깝게 지내는 박인비(공동 6위)와 스테이크를 먹으며 뒤풀이를 했다. 박인비처럼 US여자오픈에서 LPGA투어 첫 승을 거뒀던 유소연은 2015년 10월까지 박인비가 갖고 있던 한국 선수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7일 박인비와 함께 전세기를 타고 다음 주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스가 열리는 일리노이주로 이동하는 유소연은 “인비 언니는 내 칭찬을 많이 해주고 후배지만 배울 게 많다는 얘기도 자주 한다. 그 덕분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늘 고마운 존재다”고 말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