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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만에 퇴짜 맞은 ‘평창 남북단일팀’

2시간만에 퇴짜 맞은 ‘평창 남북단일팀’

Posted June. 26, 2017 07:19,   

Updated June. 26, 20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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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스포츠 교류를 통한 남북 대화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이 있은 지 약 두 시간 만에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24일 전북 무주군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 축사에서 “1991년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 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감동도 다시 느껴 보고 싶다”며 “평창 올림픽에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 대한민국 정부도 필요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2007년 이후 10년 만에 방한해 시범공연을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 스포츠 교류 행사로, 한국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대회에서 북한이 주축인 국제태권도연맹이 시범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앞서 태권도시범단과 함께 방한한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찾아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적대국이었던 미국과 중국이 ‘핑퐁 외교’로 평화를 이뤘다”며 “무주에서 신라와 백제가 하나가 되었듯 오늘 이곳에서 남북이 하나 되고, 세계가 하나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 장 위원은 이날 개막식 직후 열린 만찬에 참석하기 전 채널A 기자와 만나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며 “정치적 환경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 단일팀 구성 등 남북 스포츠 교류를 위해선 ‘5·24조치’ 등 대북제재가 먼저 해제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장 위원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핑퐁 외교를 거론하며 “핑퐁 외교가 중미 관계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정치적 지반(地盤)이 다져졌기 때문”이라며 “정치에 올림픽 같은 걸 끌어들이면 안 된다”고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이종석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