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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몽골 초원에 올레길 열렸다

Posted June. 20, 2017 07:15,   

Updated June. 20, 2017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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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하늘에 점점이 떠가는 구름과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가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었다. 칭기즈칸이 말을 타고 누빈 초원과 작은 능선이 두 겹 세 겹 이어진 언덕 그리고 아기자기한 마을 덕분에 올레꾼의 마음은 걷는 내내 편안했다. 18일 몽골에 선보인 ‘몽골올레’ 1코스의 풍경이다.

 제주올레가 몽골에 떴다. 2012년 일본 ‘규슈올레’에 이어 두 번째 해외 진출이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가 몽골 울란바토르 시, 제주관광공사 등과 함께 준비해 개장했다. 18일 1코스에 이어 19일에 2코스가 연이어 개장했다. 몽골올레 개장에는 한국에서 온 올레꾼과 현지 걷기 동호회원 등 500여 명이 참가했다.

 몽골올레 1코스는 보그드칸산을 기반으로 길이가 약 14km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동쪽으로 25km 정도 떨어진 헝허르 마을에서 시작한다. 오밀조밀한 주택가를 지나면 광활한 대지와 보그드칸산의 겹겹 능선이 올레꾼을 반긴다. 2코스인 칭기스산 코스는 고르히-테렐지국립공원에 위치한다. 시작과 끝이 같은 원점회귀코스다. 초반 평지구간과 후반 산 구간의 풍광의 차이가 드라마틱한 11km 구간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테렐지국립공원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올레처럼 현지 자원봉사자들이 길 조성에 참가했다.

 몽골올레는 이름뿐 아니라 제주올레의 길 표시도 똑같이 사용한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작은 어워(돌무더기를 쌓아 만든 성황당) 옆에 세워진 제주마(일명 조랑말) 모형의 간세(길 표시)는 몽골과 제주를 이어주는 역사적 고리이기도 하다. 고려시대 말 몽골의 지배를 받은 제주에서 몽골 조랑말이 길러졌었는데 약 800년 후 올레 표시가 돼 몽골에 온 것이다. 개장식에 참석한 바트수흐 닥바잠츠 울란바토르 시 관광청장은 “몽골올레를 통해 생태 관광 여행지로서 몽골의 가치가 더욱 빛날 거라 믿는다”며 “제주올레의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주민들과 함께 올레길을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올레는 2019년까지 모두 4개의 몽골올레 코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코스 유지와 보수뿐 아니라 제주올레 기념품인 간세인형(낡은 천을 이용해 제주 여성들이 만든 인형) 제작법과 여행자센터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자립형 생태여행 및 수익모델 구축을 지원한다. 서 이사장은 “제주올레 자매의 길, 우정의 길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올레 브랜드를 확장하고 전 세계 도보 여행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한국의 문화와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