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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취직법

Posted June. 17, 2017 07:20,   

Updated June. 17, 20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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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작년 7월 유엔 간부 자격으로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제기구 채용설명회에서 강연했다. ‘책을 많이 읽을 것’, ‘작문연습을 많이 할 것’ 같은 학습적인 조언뿐 아니라 ‘감정적인 성숙함과 지적인 솔직함을 갖추라’는 인생 조언은 국제기구 준비생이 아니라도 새겨둘 만하다. 지금 위장전입 등 논란에 빠진 강 후보자는 ‘어려운 결정의 순간을 피하지 말라’고 했던 1년 전 자신의 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지도 모른다.

 ▷국제기구 직원들의 말을 듣는다고 국제기구 취업이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서류심사, 필기시험의 산을 넘어도 역량 중심 인터뷰와 평판조회, 선발위원회 심의가 남았다. 모든 관문을 거친 뒤에도 사무총장이나 총재가 승인하지 않으면 탈락이다. 문화와 습관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다. 세계은행 수장이 한국인 김용 총재인데도 분담금 비중(1.4%)에 비해 한국인 직원 비중(0.35%)이 크게 낮은 것은 결국 우리 교육의 문제다.

 ▷어제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때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진리췬 총재에게 한국 청년들이 AIIB에 진출하도록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진 총재는 지난해 7월 홍기택 당시 AIIB 부총재가 취임 5개월 만에 사퇴하는 과정을 모두 봤던 사람이다. 지난달 아세안 세계경제포럼에서 국내 언론과 만나 “국제기구는 인적자원에 대한 기준이 매우 높다”고 쓴 소리를 한 것도 그의 머리 속에 홍기택 파문의 잔상이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친박(친박근혜) 낙하산’ 홍기택 때문에 우리 청년들이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이다.

 ▷국제기구에 취직하는 지름길은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협력 차원에서 국제기구 요직에 관료를 보낸다지만 적체된 인사를 푸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모양이다. 3년 뒤 부처에 좋은 자리가 나면 귀국하고 여의치 않으면 계속 국제기구 직원으로도 남을 수 있다. 공무원이라고 누리는 게 너무 많다. 정부가 공무원을 지원하는 노력의 절반, 아니 반의 반이라도 청년들의 해외 취업으로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