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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대서양 동맹’ 위기의 男과 女

“오 마이 갓”...‘대서양 동맹’ 위기의 男과 女

Posted June. 10, 2017 07:30,   

Updated June. 10, 201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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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은 안정의 시대가 필요합니다. 보수당은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회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8일(현지 시간) 오후 출구조사 결과 재앙과 같은 총선 성적표를 받아 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렇게 말하며 참담한 심정을 애써 억누르려는 듯했다. 그가 이끄는 보수당은 318석을 확보해 간신히 1당을 유지했지만 이전보다 12석이나 잃고 과반(326석) 유지에 실패했다. 자신의 당내 입지를 다지고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추진하려 총선을 자청했던 메이 총리에겐 ‘혹 떼려다 붙인’ 결과다.

  ‘영국 우선주의(British First)’를 외치며 지난해 6월 호기롭게 EU 탈퇴를 선언했던 영국은 안정은커녕 당분간 극심한 내홍에 휘말릴 운명이다.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도 없게 된 보수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메이 총리 경질설이 나온다. 주말을 넘기기 어렵다는 보도도 나온다. BBC 로라 쿠엔스버그 편집장은 “메이의 조기 총선 결정은 현대 사상 최악의 실수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스스로는 94년 만에 가장 짧은 재임 기간의 불명예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과반 정당이 없는 이른바 ‘헝 의회’가 출범하면서 브렉시트의 운명 역시 시계 제로 상태다. 한껏 기세가 오른 야당은 EU와의 단일 시장을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요구하고 있다. 열흘 후부터 시작되는 영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나갈 거면 빨리, 화끈하게 나가라’고 요구해 온 유럽도 답답한 지경에 처했다.

 역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치하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권좌에 앉힌 미국인들도 같은 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폭로로 ‘거짓말 대통령을 둔 나라’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미국 정치체계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사법기관의 독립’을 망각한 폭주는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이날 코미 의회 청문회장에서 만난 워싱턴 시민 잭 스피어스 씨는 “트럼프가 혼쭐나는 것을 보고 당장은 기분 좋을지 몰라도 미국의 위상과 자존심이 추락하는 것을 동시에 목격하고 있어서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들이 만든 통합과 개방이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지난해 브렉시트와 대선을 통해 분열과 단절 쪽으로 돌리려 했던 영국과 미국. ‘자국 이기주의’를 외치다 위기에 빠진 대서양 동맹의 불안한 행보에 또다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동정민 ditto@donga.com · 이승헌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