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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 미생물 이식해 대장염 잡는다

Posted June. 08, 2017 07:13,   

Updated June. 08, 20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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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국내 의료계에서 똥을 약으로 쓰는 새 의료기술이 진료 현장에 도입돼 화제다. 

 세브란스병원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환자에게 이식해 장(腸)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일명 ‘대변 이식술’ 진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7일 밝혔다. 이를 위해 이 병원 소화기내과와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의료진이 국내 첫 대변이식술 전문진료팀을 꾸렸다.

  ‘대변이식술’이란 대변을 특수처리해 장내 미생물 용액으로 제조한 후 이를 내시경이나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에 뿌리는 치료법이다. 쉽게 말해 건강한 똥을 급속으로 냉동시켜 좋은 미생물을 추출한 뒤 이를 환자의 장에 투입해 장 미생물의 균형을 맞춰 대장염을 치료하는 것.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에선 공인 치료법으로 인정받아 대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캡슐에 담아 먹는 방식까지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은 우선 대장염의 일종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장염’ 환자에 한해 대변이식술을 시행한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이 장 속에서 급격히 증가하면 독소를 배출해 설사, 발열, 혈변 등을 동반한 장염을 유발한다. 특히 이 장염은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쓴 항생제 치료 후 발병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렵다. 항생제 내성이 생겨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에게 대변 이식술을 쓰게 된다.

 박수정 소화기내과 교수는 “향후 궤양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에게 대안적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강한 대변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미국엔 건강한 대변 공여자의 대변을 모아놓은 ‘대변은행’이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대변을 얻기 어려워 환자의 가족, 친지의 대변을 활용한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도 중장기계획을 갖고 대변은행 등 시설 운영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