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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사드 조사’, 결국 4기 추가배치 중단으로

靑 ‘사드 조사’, 결국 4기 추가배치 중단으로

Posted June. 06, 2017 06:59,   

Updated June. 06, 20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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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는 어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과 관련해 “위승호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보고서 초안에 있던 추가 발사대 4기 보관 위치 등의 문구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위 실장은 직무에서 배제되고 추가 조사를 받게 됐다. 아울러 국방부가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돼 문재인 대통령이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사드 보고 누락 논란이 환경영향평가 회피 경위 조사로 옮아가는 형국이다.

 청와대의 발표는 문 대통령이 “매우 충격적”이라며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엿새 만에 나온 민정수석비서관실의 조사결과다. 당초 청와대는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단언해 하극상이니 국기문란이니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의도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 사드 1개 포대가 발사대 6기로 구성되며,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으로 군 수뇌부가 일부러 숨길 이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결국 군의 지나친 비밀주의 관행과 전·현 외교안보 라인 간 불신에 따른 의사소통의 혼선이 낳은 사고였던 셈이다. 청와대가 처음부터 그렇게 호들갑을 떨 사안이었는지 자성할 대목이다.

 불과 엿새 동안이지만 사드 보고를 둘러싼 논란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의 진실공방, 나아가 한미 간 외교적 불협화음까지 쓸데없는 비용을 초래했다. 특히 한반도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기존 결정을 바꾸려 하거나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방한한 딕 더빈 미국 상원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이 원하지 않는다면 사드 예산을 전용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청와대는 보고 누락과는 별개로 국방부가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회피 시도를 문제 삼고 있다.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공여면적을 ‘전략 환경영향평가’ 대상인 33만m² 미만인 32만여 m²로 한정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 받게 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최대 1년 이상 걸리는 전략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는 동안 사드 배치 절차는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때문에 보고 누락 논란은 사드 배치 지연을 위한 핑계거리였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더욱이 어제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이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의 품행과 관련한 문제로 경질됐다. 외교안보 전략과 실무를 맡아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준비 업무도 맡았던 인물이 검증 실패로 낙마함에 따라 국가안보실은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신뢰의 위기에 빠진 형국이다. 사드 배치가 늦춰지면서 문 대통령이 약속한 ‘외교적 해법’을 위한 시간은 벌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 비준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가열될 것이고 미국과의 이견 조율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대담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도발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대책도 전혀 없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정당성·투명성이 논란만 더욱 키우는 꼴이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