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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LPGA 숍라이트 클래식서 우승

Posted June. 06, 2017 06:59,   

Updated June. 06, 20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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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경(29·한화)은 지난해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1라운드를 앞두고 식중독 증세로 출전을 포기한 뒤 시즌을 마감했다.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귀국 후 경북 문경 정토수련원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 눈 쌓인 계단에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다. 재활을 하느라 이번 시즌 초반 4개 대회를 빠졌다.

 김인경은 2012년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30cm 파 퍼트에 실패해 다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그 후 우승과 인연이 멀어지며 그의 이름 앞에 ‘비운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LPGA투어 레인우드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른 뒤 “아픔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다시 시련에 휩싸이며 오랜 세월 그의 이름 앞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비운의 아이콘’이라는 표현이 다시 붙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김인경은 5일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톡턴시뷰골프장(파71)에서 끝난 숍라이트클래식 3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해 3연패를 노리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를 2타 차로 제치고 통산 5승째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김인경은 미국 발달 장애인들의 응원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2012년 이 골프장에서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에 위촉된 뒤 발달 장애인에게 골프 클리닉을 연 인연 때문이었다. 2015년에는 이 지역에서 스페셜올림픽 성화 봉송을 했다. 이보다 앞서 2010년 로레나 오초아 대회 우승 상금 22만 달러 가운데 절반을 멕시코 학교 건립 기금에 전달했고, 나머지 절반은 스페셜올림픽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경기 후 김인경은 “정말 특별한 우승이다. 이 대회에 나오면 스페셜올림픽 선수들과 워밍업을 하고 퍼트 연습도 하면서 내가 기운을 얻는다”며 “그들로부터 응원 문자도 받는데 많이 도울 수는 없지만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점에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4월 말 이후 한 달 가까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성적 부진으로 답답했을 텐데도 오히려 숨을 고르며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기부 천사’로 불리는 김인경은 “골프는 지극히 개인적인 게임이다. 나밖에 모를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건 대단한 일이며 나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플레이 도중 긴장했는데 호랑이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죽는 것도 아니라 생각하며 여유를 찾았다”며 웃었다. 불교, 명상 등에 심취한 김인경은 필드에서 득도라도 한 듯 보였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