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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팀과 민정수석실

Posted May. 31, 2017 07:07,   

Updated May. 31, 2017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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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자(貧者)의 성녀’로 우러름을 받았던 테레사 수녀를 성인으로 추대하면서 교황청은 영국 언론인 크리스토퍼 히친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히친스는 테레사 수녀가 선종하기 2년 전인 1995년 ‘자비를 팔다’라는 책을 썼다. 이 책에서 히친스는 테레사 수녀가 성녀는커녕 다국적 선교사업체의 수장, 근본주의 종교사업가라고 맹비난했다. 교황청이 히친스에게 맡긴 역할이 ‘악마의 변호사(Devil’s advocate)’였다.

 ▷가톨릭에서 기적이나 뚜렷한 업적이 있어 성인이 되기에 합당하다고 청원하는 직책은 ‘하느님의 옹호자(God’s advocate)’다. 악마의 변호사는 이에 맞서 성인 후보자의 잘못이나 오류 등을 들춰내며 치열한 반론을 펼친다. 마치 용의자로부터 자백을 끌어내려고 역할을 분담하는 ‘좋은 경찰(good cop), 나쁜 경찰(bad cop)’ 구도와 비슷하다.

 ▷군에서는 약점을 공격해 개선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하는 가상의 적군을 레드팀(Red Team)이라고 한다. 미국 육군에는 레드팀 요원을 길러내는 교육기관(UFMCS·University of Foreign Military and Cultural Studies)이 있다. UFMCS의 교육과정은 신성불가침이라고 여기는 가정에 맞서도록 짜여 있다고 들었다.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게서 걸러내지 못한 문제가 연이어 드러나자 청와대가 레드팀을 구성해 검증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국정운영 보고서에 나온 제언을 이제야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보고서는 “역대 대통령은 취임 초 대통령(국정) 지지율이 상승하다 6개월을 전후해 정점에 달하고 1년 6개월부터 하락세로 접어든다”며 역대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외부자의 시각으로 검증하는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는 정권의 도덕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도덕성만큼 나만 옳다는 집단사고에 빠질 위험이 큰 기준도 없다. 레드팀 구성도 좋지만 민정(民情)을 살피고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민정수석실의 역할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